[현장EN:]컴퓨터 노이즈의 재발견…박종규 개인전

박종규 작가. 학고재 제공
박종규 개인전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가 오는 15일부터 4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46일간 갤러리 전관(본관·신관)에서 최근 제작한 회화, 조각, 영상 등 40점을 선보이는 미술관급 대형전시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13일 학고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트바젤 홍콩(3월 21~25일)과 제14회 광주 비엔날레(4월 7일~7월 9일) 기간에 맞줘 박종규 작가의 전시를 마련했다. 한국색을 담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이 시기 방한하는 해외 미술계 인사·작가들에게 인정받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종규(57) 작가는 컴퓨터의 노이즈(화면이 손상되거나 소리가 지연되는 현상)에 기반해 회화의 새로운 돌파구는 찾는 '뉴페인팅'의 기수다.

대규모 회화 연작 '수직적 시간'(2022). 학고재 제공
컴퓨터에서 발생한 노이즈를 수집·확대한 후 화폭에 옮기는 주로 작업을 해왔다. 신관 지하 2층에 전시된 대규모 회화 연작 '수직적 시간'(2022)이 대표적이다. 흔히 부정적 신호로 인식되는 노이즈가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을 내뿜는 것이 인상적이다. "질서와 혼란, 미추, 선악 등 가치 구분은 인간에 달려있다"는 뜻이 담겼다.

신관 1층에 전시된 신작 '수직적 시간'(2023). 학고재 제공
신관 1층에서는 신작 '수직적 시간'(2023)이 관람객을 꽃의 정원으로 안내한다. 작가는 지난해 2월 대구 동성로의 한 빌딩 전광판에 영상 작품 '수직적 시간'을 상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전광판을 작동시키는 컴퓨터에 노이즈가 발생해 모래폭풍 장면이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작가는 마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듯한 영상의 정지 화면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완벽한 테크놀로지를 향해 가는 우리에게 노이즈야말로 휴머니즘을 보장하는 보루"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본관에 전시된 비정형 회화 연작. 학고재 제공
본관에서는 평면 같기도, 입체 같기도 한 비정형 회화 연작을 볼 수 있다. 목재를 CNC커팅으로 깎고 그 위에 캔버스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회화가 평평한 평면 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뒤집기 위한 시도다. 작가는 프랑스 현대미술 운동 '쉬포르 쉬르파스'를 이끈 클로드 비알라의 제자다. 비알라는 캔버스 없는 회화를 추구한 예술가로 '회화의 본질은 평면성에 있다'는 주장에 문제를 제기한다.

영상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2023). 학고재 제공
신관 지하 1층에 들어서면 소리꾼 민정민이 부른 '심청가'와 구음 절창 장면이 담긴 영상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2023)가 관람객을 반긴다. 전시장 후면에는 '심청가'의 파장을 시각 이미지로 변환한 회화가 걸려 있고, 바닥에는 '나를 찾아서'라는 영상 작품을 투사했다. 두 대의 CCTV에 찍힌 관객은 축소되고 20초 지연돼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스스로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신관 전체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심청가' 가락이 구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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