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전통의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에 첫 흑인 에투알(Etoile·수석무용수)이 탄생했다. 영광의 주인공은 발레리노 기욤 디옵.
디옵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서울 공연 직후 에투알로 지명됐다. 호세 마르테니즈 예술감독은 이날 커튼콜 무대에 올라 기욤 디옵을 에투알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디옵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감격스러워한 뒤 객석을 가득 메운 1300여 관객에게 수 차례 감사를 표현했다.
1년에 해외 투어가 1~2차례에 불과한 파리 오페라 발레가 프랑스가 아닌 해외 공연에서 에투알을 지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디옵은 당초 이번 내한공연에 참여하기로 했던 위고 마르샹(에투알)이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대타로 '알브레히트' 역을 맡아 '지젤' 역의 도로테 질베르(에투알)와 호흡을 맞췄다.
파리 오페라 발레는 입단한 무용수들에게 5단계의 등급 체계를 적용한다. 카드리유(군무진), 코리페(군무 리더), 쉬제(솔리스트), 프리미에 당쇠르(제1 무용수), 에투알(수석무용수)로 이뤄져 있다. 에투알은 전체 단원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12살에 파리 오페라 발레 학교에 입학한 디옵은 2018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했다. 2021년 21살의 나이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첫 주역을 맡으며 프랑스 언론이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다. 2022년 코리페, 올해 초 쉬제로 승급한 디옵은 프리미에 당쇠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에투알 자리에 오르며 마침내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새로운 '별'로 우뚝 섰다.
동양인 중에서는 2021년 박세은이 처음 에투알에 올랐지만 흑인 에투알이 탄생한 건 디옵이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