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女王의 눈물' 최민정은 그러나 완전한 변화,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12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2위를 차지한 최민정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5·성남시청)이 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발목 부상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값진 결실을 냈다.

최민정은 12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9초679를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산드라 펠제부르가 1분29초361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최민정은 캐나다의 코트니 사롤트(1분29초794)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전날 주종목인 1500m까지 2번째 은메달을 수확했다. 최민정은 전날 결승에서 라이벌 수잔 슐팅(네덜란드)과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2위로 골인했다.

이날 1000m에서도 최민정은 역시 펠제부르, 슐팅 등과 접전을 벌였다. 레이스 중후반까지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다 2바퀴를 남기고 2위까지 올랐지만 펠제부르를 제치지는 못했다.

펠제부르는 500m에 이어 1000m까지 2관왕에 올라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슐팅은 페널티 판정을 받고 실격한 가운데 대표팀 막내 김길리(19·성남시청)는 파이널B로 밀려났다.

그러면서 최민정은 이번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얻지는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한 최강자였지만 올해는 발목 부상 등의 여파로 최고의 컨디션을 내지는 못했다.

경기 후 최민정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좀 아쉬운 부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다 받아들이고 준비를 다시 잘 해야 할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대한 보여드리려 노력했는데 결과는 응원해주신 만큼 좋지 않아 스스로에게 굉장히"라고까지 말한 뒤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간신히 "좀 다시 향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마무리했다.

최민정(왼쪽)이 12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민정은 발목 부상 여파에 대해 "부상, 컨디션은 결과에 상관 없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스케이팅, 전술적 부분에서 문제를 찾아야 할 거 같다"고 분석하면서 "올 시즌 계속 느낀 건데 경기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 생각하고 당장보다는 시간을 갖고 스케이팅을 이전과 다르게 바꾸고 싶다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음 시즌을 바라봤다.

올 시즌을 결산해달라는 질문에 결국 다시 감정이 북받쳤다. 최민정은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쉬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하는 대회라 좋은 모습과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는데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받아들이고 바꾸고 도전할 좋은 게기가 될 거라 좋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는 동안 울먹였다. 이어 "많은 분들 와주셨는데 아직 계주가 남았으니 팀원들과 준비 잘 해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최민정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2018년 평창 대회까지 2연패를 달성했다. 이어진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최다 종합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15년, 2016년, 2018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4번이나 정상을 차지했다.

온 힘을 쏟아부었던 만큼 지치고 아팠다. 올 시즌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최민정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국내 팬들을 위해 다시 힘을 냈다.

다만 최민정은 지난달 ISU 5차 월드컵 이후 발목 부상과 스케이트화 수선을 위해 6차 월드컵에 불참하고 귀국하는 등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둔 미디어 데이에서 최민정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세계선수권까지) 이후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세계선수권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게 영광이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민정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금메달까지는 닿지 못했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 개인전을 마치고 눈물을 쏟았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확실하게 동기 부여를 이뤘다.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이 12일 'KB금융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실격을 당해 아쉽게 메달이 무산된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노컷뉴스


이날 경기 후에는 최민정의 라이벌 슐팅(26)도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슐팅은 이번 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자신의 주종목인 1000m에서는 실격을 당했다.

슐팅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1000m에서 최민정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1500m에서는 최민정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1000m만큼은 자존심을 지켰다. 그런 슐팅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실격을 당해 메달조차 따내지 못했다.

세계 여자 쇼트트랙을 이끌어왔던 두 여왕은 이번 대회에서 2001년생 펠제부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 과연 다음 시즌 최민정이 슐팅과 함께 새로운 도전자들을 제치고 정상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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