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연출 조성현)은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 총 8부작에 걸쳐 JMS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의 만행과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살펴본다.
'피해 재연' 선정성 논란…PD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 사실 보여주는 것"
'나는 신이다'가 추적한 스스로를 '신'과 자신이 속한 단체를 '종교'라 일컫는 사이비 교주와 그들을 따르는 무리가 한 짓은 처참하다. 성폭력이 만연했고, 심지어 미성년자 성폭행 역시 빈번했다. 자신을 따르지 않는 무리에 대한 폭력 역시 자행됐다.
문제는 '나는 신이다'가 피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재연 배우를 통해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거나,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목맨 사체 등 다양한 모습의 시신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를 두고 기존 다큐멘터리가 지켜온 선은 넘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피해 사실을 연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논란에 연출자인 조성현 PD는 10일 '나는 신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이게 영화나 예능이 아니고 실제로 누군가가 당했던 피해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사이비 종교) 내부 사람들이 또 다른 방어 논리를 구축하면서 방어해 나갈 거라 생각했다"면서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PD는 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이 아닌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선정성' 논란이 진짜 가리키는 문제점들
그러나 '나는 신이다'의 선정성 논란의 중심은 '선정성' 그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가 성폭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가다.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2012)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 2022 개정) 등을 보면 '피해자의 피해 상태를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가해자의 비정상적인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부각해 보도하지 않는다' '사건 자체를 넘어 조직문화 및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해 보도한다'고 명시돼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 자체보다는 구조적인 부분을 다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사건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도록 연출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실을 보여주는 미디어라고 할 때, 사이비 종교의 진실을 보여주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나는 신이다' 논란은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지적을 받아온 부분이기도 하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나 '원티드: 세계 최악의 수배자들'에서도 토막 난 사체, 총에 맞은 시체 등 사건 현장의 모습이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된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일찌감치 나왔다. 2013년부터 2021년 8월 20일까지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171편과 다큐멘터리 시리즈 197편을 전수 조사한 논문 'OTT 플랫폼 시대의 다큐멘터리 특징 연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2022년 2월, 아주대학교 대학원 라이프미디어협동과정 권상정)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면 그것이 다큐멘터리인가"라고 반문하며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정말 꼭 필요한 장면이고, 다른 것으로 표현할 수 없어서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거나 아주 똑같이 재현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진실을 보여주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다큐에서도 다루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JMS 등에서 거짓이라 주장하는 걸 방어하기 위해 그런 장면을 굳이 집어넣어야 한다는 건 이유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건 이단으로 분류되는 종교들이 사회적인 질서를 넘어서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걸 전달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활동가 역시 "가해자가 아무리 '거짓'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취재를 철저히 함으로써 보도 자체에 대해 신뢰도를 얻으면 됐지 않았을까 싶다"며 우려를 전했다.
다큐, 피해 사실 전시 넘어 구조적인 문제까지 보여줘야 해
저널리즘의 성격을 가진 고발성 다큐멘터리가 결국 들여다보고 전달해야 할 것은 단순히 피해 사실을 나열하고 전시하는 것만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또 다른 이유에는 표현의 선정성만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지 못한 한계도 있다는 분석이다.
'나는 신이다'에서는 다양한 피해 사례와 피해 사실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알리고,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파헤치고 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이 등장한다. 그러나 왜 지금까지도 왜 사이비 종교가 사라지지 않고, 피해자가 끊임없이 나오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나 사법 체계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등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권 활동가는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고발의 명분을 얻고 심각성을 전달하기 위해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다만 피해자가 있는 범죄 사건이라고 한다면 그 기준은 보도의 파급력보다는 피해자의 회복이 우선이어야 하고, 시청자가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던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신이다'의 경우,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드러내도록 하는 데 집중된 것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도 "사이비 종교 집단이 지금도 번성하고 있는 건 사회구조적으로 문제 있는 게 아닌지,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등을 다큐가 담아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그저 폭로에 그치고 만 부분이 '나는 신이다'를 선정적이라고 느끼게 해준 점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래서 다 보고 나서 자극적인 장면만 기억에 남을까 걱정된다"며 "그렇기에 시즌 2라든지 언론에서 후속 보도가 나와 선정적으로만 보이는 부분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