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전 비서실장은 "검찰이 없는 일을 사실처럼 만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서의 전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맥락을 이해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에게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6시 40분쯤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포켓수첩 6장 분량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유서에는 "이재명 대표님, 이제는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열심히 일했을뿐인데 억울하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이 유서 공개를 원치 않아서, 이 대표를 향한 메시지가 원망을 담은 것인지 아니면 걱정을 담은 것인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나 유서 내용에 대해선 유족이 공개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족들이 '유서 공개'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없는 일을 사실처럼 만든다"
A씨는 유서에 검찰 조사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찰이 없는 일을 사실처럼 만든다"는 취지의 내용도 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도 경찰 조사에서 "최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지난해 말 '성남FC 의혹'으로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해 12월 26일 성남FC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한 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실시했다. 이외 검찰 조사나 출석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지청 측은 "A씨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검찰은 성남FC 사건으로 한 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고, 그 이후 별도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고 입장을 냈다.
성남FC 의혹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당시 6개 기업(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들로부터 약 160억원 상당의 성남FC 후원금을 받았는데, 인허가 편의 등을 위한 대가성이었다는 내용이다.
최근 검찰은 성남FC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A씨가 성남시에 근무하던 2014년 11월 네이버 관계자에게 신사옥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조건으로 성남FC에 50억원을 후원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망 컸던 공직자…유족 "검찰수사로 스트레스 심했다"
A씨는 이 대표에게 제기된 또다른 의혹인 이 대표의 옆집 'GH 합숙소 의혹'과 '쌍방울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에서 이름이 언급된 바 있다. 그는 경기도에서 근무하던 2019년 5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의 모친상에 조문을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열린 이 사건 10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비서실장은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던 A씨가 조문을 왔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A씨는 검찰 조사 대상이 아니었고 계획도 없었으며 접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이같은 사실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지난달 16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도 자신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당시 행정기획조정실장을,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했고, 이헌욱 전 GH 사장이 사퇴한 2021년 11월부터는 사장 직무대행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온화한 선비풍 공직자'로서 공직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