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난방비 보편 지원 패널티'에 경기 지자체들 '반발'

지자체 "행안부, 상세 기준 내려보내지도 않았는데…"
연구위원 "지나치게 관여 부적절"…김동연 "적극 재정 필요"

연합뉴스

정부가 난방비를 보편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보통교부세 지원을 감액(패널티)하기로 하자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재정 건전성을 위해 과도한 현금성 복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보통교부세 시행규칙을 개정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현금성 복지 지출이 전체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동종 지자체 중간 수준보다 높으면 보통교부세에 패널티를 준다. 다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저소득가구·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난방비 지원은 패널티 대상이 아니다.

앞서 경기 파주시는 20만원을, 평택시와 광명시는 10만원을 각각 가구당 지급한다. 안양시와 안성시는 모든 시민에게 1인당 5만원을 주기로 한 상태다.

지자체 "행안부, 상세 기준 내려보내지도 않았는데…"


지자체들은 내부적으로 교부세 패널티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지만, 행안부의 상세한 기준이 없어 우려하고 있었다.

A지자체 관계자는 "행안부의 시행규칙 공고를 보면 사회복지 수혜금 현금성 및 물품에 대해서만 패널티를 준다고만 돼 있었다"며 "거기에 어떤 상황이 어떤 조건이 현금성인지에 대한 예시나 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지역화폐기 때문에 현금성 복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만약에 정부에서 진짜로 패널티를 준다면 그건 문제가 있고, 소명 자료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B지자체 관계자도 "시민의 재난극복과 생활 안정화을 위해 시의회와 협치해 지원한 사항으로 패널티 대상이 된다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런 모범사례가 위축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 "행안부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처지"라며 "만약 지방교부세가 줄어든다면 복지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교부세 패널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지자체도 있었다. C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시에서 지급하기로 한 지원금은 현금성으로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금이 아닌 보상금 성격"이라며 "관련 이슈를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패널티 부과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가 없다. 행안부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D지자체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좀 더 추이를 지켜본 뒤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행안부를 의식해 익명을 요구하거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보통교부세는 2년 전의 자료를 토대로 산정하기 때문에 개정 내용은 2025년 보통교부세 지원 때부터 적용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 부적절"…김동연 "적극 재정 필요"


정부가 지자체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주민의 뜻에 따른 적극 복지와 행정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김홍환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에 대해 행정 지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는 있다"면서도 "합목적성 통제, 즉 선별 복지는 괜찮고, 보편복지는 안 된다는 논리는 지나친 관여"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별 여건도 고려해줘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지나친 관여로) 지방자치단체가 자기검열을 하다 보면 주민의 뜻에 따른 적극 복지, 적극 행정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민생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맙시다'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사회안전망과 복지에 대한 정부 역할은 크게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건전 재정이 중요할 때가 있고, 적극 재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면서 "지금은 더 큰 어려움에 대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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