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제작진은 8일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제가 된 두 번의 경기 중단 당시 원본 녹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우진용·정해민 선수(이하 우진용·정해민)가 줄타래를 풀던 도중 커다란 소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결국 10분 가량이 지나 두 선수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 경기가 중단된다. 이 과정에서 손을 드는 등 우진용의 중단 요청은 따로 없었다.
제작진은 '특별한 사유 없이 우진용이 먼저 손을 들고 경기를 중단했다'는 주장에 대해 "출연자들이 리허설을 할 수 없는 프로그램 특성상, 수차례나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당시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소음이 발생하는 돌발적인 상황이었다"면서 "처음에는 경기 흐름을 끊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지속했지만 점점 소음이 커져 촬영본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는 기술적 판단이 있었고, 줄타래 축이 파괴되거나 튕겨 나오게 될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우려돼 두 출연자가 잠깐의 휴식 등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정해민이 3배 이상 앞서고 있었고 비로소 경기가 끝이 보이는데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하라고 소리 질렀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이다. 실제로 원본 영상에서도 줄타래 정비 후 재개된 경기에서 26초 만에 우진용의 줄이 엉켜 끌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 제작진의 호각 소리와 함께 경기가 다시 중단된다.
제작진은 "줄타래 점검 후 경기 재개 직후 약 26초 만에 우진용의 줄타래 줄이 외부로 흘러나와 줄줄이 꼬여버리는 문제가 발생해 결국 줄타래가 완전히 멈췄다. 당시 정해민은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고 있었기에 제작진이 긴급하게 호각을 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승전은 극한의 지구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장기전이었다. 제작진은 로프 총 길이를 공지한 적이 없고, 줄타래 장비 또한 남은 줄이 얼마나 되는지 외부에서 절대로 파악 불가능한 구조로 설계했다. 현장 그 누구도 승부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을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 막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고, 정해민이 3배 이상 앞서고 있었단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초반에는 우진용이 앞서는 순간도 있었다"고 짚었다.
'정해민을 둘러싸고 제작진 5명이 재경기를 압박, 부탁했고 그렇게 수십분 매달린 끝에 정해민이 재경기를 수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명백히 선을 그었다.
제작진은 "녹화 중 발생한 돌발사고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 저희는 며칠 간 휴식 후 체력을 온전히 회복한 상태에서 다시 경기를 하는 방식의 의견도 드렸다. 그러면서 두 출연자의 합의를 따르겠다고 했다. 저희가 어느 방향을 강력하게 제시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는 생각이었다"면서 "정해민은 당일 재개를 원했고, 처음엔 양측 의견 차가 있었으나 결국 줄을 처음부터 감더라도 측정한 격차를 반영해 당일 재개, 그리고 이로 인한 결과에 대해선 인정하기로 합의됐다. 이 내용은 모두 마이크에 녹음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해민 측은 자신이 앞섰던 45m 줄을 삭제해 달라고 했다. 이를 수십명 스태프들이 보는 상태에서 작업했고, 본인 확인을 거쳐 빠른 재개를 원했기에 바로 경기가 시작됐다. 이후에는 중단 없이 안전하게 경기가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이 극적인 승부 연출을 위해 정해민 측 줄타래를 조작해 난이도를 높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원본 영상을 근거로 "두 선수의 줄타래 난이도가 똑같다는 게 확인이 가능하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단순한 구조이고 저희가 원격으로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보면 마지막 순간에 정해민이 당기지 못하는 부분이 나오지만 그 후에 문제 없이 풀려 나오는 장면이 원본에는 있다. 줄이 잘 딸려오고 있다"고 부인했다.
'제작진이 출발 직전 출연자들에게 180도 돌아 달라고 개입해 우진용이 특혜를 받았다'며 제기된 준결승전 '우로보로스의 꼬리' 의혹에 대해서는 최초 안내 방식에 따라 진행된 원본 영상을 공개하며 "일반적인 육상 규칙처럼 반시계 방향으로 달리도록 처음 세팅과 실제 게임을 같은 방향으로 진행했다. 제작진은 출발 직전에 180도 돌아 달라고 공식 요청한 적도 없고, 출연자들이 바꾸지도 않았다"고 했다.
제작진은 "오해를 풀기 위해 첫 인터뷰 전날과 이후 정해민과 친분이 있는 또 다른 출연자를 통해 연락을 하긴 했다. 그러나 응하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출연자에게 반박하는 모양새라 갈등 해결에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공론화 전에 우리끼리 만나서 원본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희도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고,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단계다. 어떻게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며 "두 출연자를 찾아 뵙고 사과드리고 오해 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대화를 통해 오해와 갈등을 해소해 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알렸다.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을 시청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제작진은 "경기 중단할 정도의 오디오 사고라고 하면 이게 왜 사고인지 또 다른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문가 인터뷰나 현장 출연자의 목격 증언이 더해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어려운 숙제라서 고민을 했지만 현장에서 모두가 협의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돼 방송에 반영됐으니 그 부분을 1순위로 뒀다. 어찌 보면 이게 오히려 너무 원칙을 고수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털어놨다.
또 "저희도 경기 중단 사유가 발생하면 최대한 고지하면서 진행을 하려고 했다. 아마 이게 실시간으로 편집이 되던 상황이면 대중이나 언론 반응에 따라 방향을 다듬어 갈 수 있었겠지만 편집을 마쳤던 지난해 8월에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이런 돌발 상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수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결국 제작진은 승부 조작은 없었지만 승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인정·사과했다. 이와 별개로 차후에도 승부 조작 등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제작진은 "양 선수 간 협의를 어기고 결과를 번복하거나 이런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런 돌발 상황이 경기에 영항을 준 건 맞지만 조작을 통해 승부가 뒤집어졌거나 하진 않았다"며 "논란과 의혹이 지속된 건 모두 제작진이 철저하게 녹화를 준비하지 못한 책임이다. 최대한 리얼하게 현장을 담아내고자 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결승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부 다 보여드리지 못해 시청자와 정해민 출연자가 크게 실망을 했고, 이에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다만 제작진은 특정 선수에게 수혜를 주지 않았고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어떠한 부당 조작도 하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프로그램과 출연자 명예를 훼손한다면 엄중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피지컬: 100'은 극강의 피지컬 100인 중 최강의 피지컬 1인을 찾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으로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달성하며 K-예능 흥행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러나 출연자 자질 논란, 결승전 조작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불명예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