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포수 양의지(36·두산)가 화끈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을 끊어냈다. 하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양의지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 경기에 7번 타자 포수로 출전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0 대 2로 뒤진 5회말 팀의 역전을 이끈 홈런을 터뜨렸다. 타선이 4회까지 무안타에 그친 가운데 선발 고영표마저 4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양의지의 홈런에 대표팀의 분위기가 한껏 올라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현수가 볼넷, 박건우가 안타를 치며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에 호주는 투수를 미치 넌본에서 다니엘 맥그래스로 교체했다.
맥그래스는 최정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냈지만 양의지를 막진 못했다. 양의지는 맥그래스의 3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비거리 110m짜리 좌월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스코어는 3 대 2 역전.
대표팀은 여세를 몰아 6회말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가 중전 안타를 뽑아낸 뒤 박병호가 적시 2루타를 날려 격차를 2점으로 벌렸다.
양의지는 그동안 국제 대회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다.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 올림픽 등 5개 대회서 통산 타율 1할6푼9리 1홈런 6타점 9득점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날 홈런으로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냈다. 2015년 프리미어12 이후 무려 8년 만에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양의지는 이날 홈런으로 KBO 리그서 받는 최고 몸값도 증명했다. 지난해 11월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 KBO 리그 역대 FA 최고액 신기록을 세웠다. 아직 소속 팀 두산에선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KBO 리그 개막에 앞서 WBC서 기량을 맘껏 뽐냈다.
하지만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김원중이 7회, 양현종이 8회에 각각 3점 홈런을 맞으며 순식간에 격차라 4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대표팀은 8회말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선두 에드먼과 김하성, 이정후가 연속으로 볼넷을 골라낸 뒤 무사 만루 찬스에서 박병호까지 볼넷을 얻어내며 밀어내기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 김현수의 땅볼 때 3루 주자 김하성이 홈인, 계속된 1사 만루서 3루에 있던 이정후도 오지환의 땅볼로 홈을 밟으며 격차를 1로 바짝 좁혔다.
하지만 마지막 9회말에서 끝내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대표팀은 호주에 7 대 8로 패하며 WBC를 불안하게 시작하게 됐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