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황금곰상 수상 이후 21년 만에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돼 일찌감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의 신작인 만큼 한국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늘(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실시간 예매율 53.6%(오후 3시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며 장기 흥행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다시 한번 국내 박스오피스를 장악할지 관심이 쏠린다.
감독은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귀멸의 칼날' 극장판 등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을 두고 "한국 관객에게 오히려 왜 좋아하는지 내가 묻고 싶을 정도로 한국 관객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기 배경에 관해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 풍경이 닮은 점이 많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 울 때 가끔 서울 거리를 보면서 그립다는 생각도 들고 일부분은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거리나 동네 풍경이 많이 닮았다"며 "그 모습도 사람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기에 마음이 닮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서 한국 관객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일본 사람은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보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감독은 "정치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마치 파도처럼 반복된다"며 "그러나 문화에 있어서는 강하게 서로 연결돼 계속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02년 단편 영화 '별의 목소리'로 데뷔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전 세계 언론과 평단,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난 2016년 일본에서 개봉한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는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했고, 지난 2월 3일 '스즈메의 문단속' 또한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트리플 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디즈니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2D 애니메이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이후 세계 영화제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며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계신 분이 싫어하는 걸 하게 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힘들게 그려낸 걸 좋아하고 아름답게 느끼기에 힘들긴 하지만 매 작품 물을 그려내려 노력한다"며 그만의 2D 애니메이션 철학을 밝혔다.
3D 애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2D 애니메이션 명가인 일본에서는 최근 AI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등 변화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넷플릭스 재팬에서는 최초로 제너레이티브 AI 기술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더 도그 앤 더 보이'(The Dog and the Boy)를 선보이기도 했다.
감독은 이러한 변화에 관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CG를 사용. 특히 소타가 의자로 변하는데, 의자는 대부분 3D CG를 사용했다. 3D CG로 그린 걸 손 그림으로 렌더링한 것"이라며 "많은 게 3D CG로 바뀌는 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다만 3D나 CG 많이 쓰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애니메이터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걸 AI로 메우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한다"며 "지난해 생성형 AI가 나와서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고, AI 쪽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AI가 각본을 쓰거나 애니 영상을 만드는 부분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적극적으로 그런 기술을 도입해서 사용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