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진은 "처음에 '나훈아'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동명이인의 다른 작사가분이시겠구나 생각했다"라며 "완전 대선배인 나훈아 선배님의 곡을 부를 기회가 생겨서 거의 울 뻔했다"라고 털어놨다. '정차르트'라는 별명을 지닌 작곡가 정경천의 제안으로 성사된 '지나야'는 지난 3일 나온 새 앨범 '춘몽'의 타이틀곡이 됐다.
'미스터트롯2' 데스매치에서 떨어지고 난 2월 초부터 준비한 이번 앨범은 여러 우연이 겹쳐 만들어졌다. 아마 '미스터트롯2'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제작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박서진의 설명이다. 때마침 정경천 작곡가의 연락을 받았고, 그게 시작이었다. 박서진은 "나훈아님의 작품이 들어갔으니까 다른 앨범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나야'는 여전히 가슴에 남은 연인을 향한 마음을 나훈아 특유의 솔직한 방식으로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별한 후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백한 사운드로 잘 풀어냈다. 정경천 작곡가가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타이틀곡 '지나야'를 비롯해 '춘몽' '헛살았네'까지 신곡 3곡을 녹음하고 나서, 박서진은 '뭔가 느낌이 좋은데?'라고 생각했단다. 그는 "녹음 끝나고도 후련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엔 녹음하고 나서 후련했고, 아직 믹싱하지 않은 파일을 집에 가는 동안에도 계속 들었다"라며 전 곡 모두 "개운한 느낌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녹음도 비교적 빨리 끝났다. 만족도를 묻자, 박서진은 "만족했다기보다 (정경천) 선생님을 믿고 따랐던 것 같다. 한 곡을 녹음할 때 한 프로(3시간 반)로 잡고 하는데, 한 프로도 안 되는 시간에 세 곡을 다 녹음했다. 처음에 노래를 한 다섯 번 부르고 나니까 됐다고 나오라고 하시더라. '선생님 스타일인가? 이게 뭐지?' 했는데 '지나야'만 7번 정도 불렀다"라고 말했다.
나훈아가 작사한 곡을 부르게 되는 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서진 또한 "오히려 ('미스터트롯2') 떨어진 게 잘된 거 같은 게, 떨어져서 나훈아-정경천 선생님 곡도 받고 콘서트도 하게 됐다. 구사일생이다, 잘됐다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왜 안성훈의 승리를 예감했을까. 박서진은 "(안성훈이) 저를 지목해서 준비하는데 '왜 안성훈이랑 했어? 안성훈 노래 잘하는데'라고 한 열(10)이면 열 다 그렇게 말했다. '당연히 안 되겠네' 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패자부활전에 관해서도 "티켓은 정해져 있고 제가 그 안에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 안 해서 별로 아쉬움은 없다"라고 전했다.
미션이 주어지고, 타인과 경쟁하고,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자리. 그리고 주요 과정과 결과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닿는 자리. 임영웅이라는 걸출한 톱스타를 배출하고 시청층도 탄탄한 '미스터트롯2'를 준비하고 출연하면서 배우거나 자극받은 게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박서진은 "제가 이렇게 따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노래를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 같다"라며 "가사마다 체크하게 되기도 하고, 그 부분 다시 불러보기도 했다. 제일 얻은 건 노래 연습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시각각 반응이 나오고 결국 경쟁을 통해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구조였기에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을 보고 '나는 왜 저렇게 못 할까' 하는 생각도 곧잘 했다. 박서진은 "'나는 시원한 소리가 왜 안 나올까?' 하면서 슬럼프에 빠질 수 있었는데 경연 3개월 안에 발성을 바꾸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보여드리고 그다음에 바꾸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미스터트롯2' 출연, 새 앨범 '춘몽' 준비 등 바쁜 나날을 보낸 박서진은 지난 5일 단독 콘서트 '박서진 쇼'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했다. 데뷔 이래 가장 큰 장소에서 연 콘서트다. 3~4천 석 규모라는 소식을 듣고 박서진은 '미쳤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해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이어 "'안될 걸 알면서 왜 그렇게 무리하지?' 했고, 티켓 오픈 당일까지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매진되고 대기자도 만 오천 명 이러니까 꿈을 꾸는 건가, 나한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더라. 지금 생각해도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은 박서진에게 소회를 묻자, 그는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그동안 냈던 앨범이랑 곡 수를 따져보니까 꽤 되더라. 이번 곡을 들어보면서 이번 곡이 제일 좋구나 했다. 이번 곡이 정말 히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장구만 잘 치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까 노래도 잘하더라. 트로트 하면 박서진 아니겠나 하는 이미지가 박혔으면 좋겠어요."
'지나야'와 새 앨범 '춘몽'을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박서진은 "최종적인 성공은 국민들이 아는 (저의) 곡이 나오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번 세 곡 중에 희망을 걸고 있다"라며 "('미트2'가) 박서진 이름 알릴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고 생각하고, 더더욱 박서진이란 이름을 트로트 가수로서 알리고 이번 앨범 띄우는 것, 무대 올라가 제 노래 불렀을 때 마이크 넘기면 관객분들이 같이 따라부를 수 있도록 노래를 띄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왜 자신을 이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지 여전히 생각 중이라는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지쳐있을 때마다 팬분들은 어떻게 알고 '서진씨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것 같아'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요' 하면서 좋은 말씀 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아직 사랑받는 가수구나, 가수를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라고 밝혔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박서진을 알리려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폐 끼치지 않는 가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