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안 모두 미국의 국익을 위한 세계전략 속 '한미일 안보협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3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한일정상회담, 그리고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후속 조치'는 어떤 것이 될지 주목된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7일 밤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지난해 5월과 11월에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합방위태세 및 확장억제, 미래 첨단기술 및 경제안보, 문화·인적교류, 지역 및 국제적 도전과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마침 올해는 한미동맹, 즉 197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70주년을 맞으며 전략지시(TOR/SD) 1호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된 지도 65주년을 맞는다. 김 수석은 "지난 70년간 축적된 한미동맹의 성과를 축하하고, 동맹의 미래 발전방향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백악관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한미동맹은 한미와 인도·태평양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증진하는 데 중요하다"며 "두 정상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항구적인 힘, 그리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흔들림 없는 약속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형태가 당장 무엇이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이에 대한 관측과 외신의 보도는 벌써 나오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8일 미국이 핵전력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새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창설을 타진하고 있다면서, 현존하는 한미와 미일 간 협의체보다 좀더 격을 높이고 핵억제 관련 논의를 심화하며 미국의 핵전력에 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보도 직후인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아는 바가 없고, 귀국하게 되면 좀 더 확인을 해 봐야 되겠다"면서 이를 부인했다. "이번에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고,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협의체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보다 효과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도출하기 위해서 상당히 밀도에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7일 열린 각의(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한다는 의사를 보여 정책대화를 재개할 환경이 조성됐다"며 "(정책대화를 통해) 한국 측의 심사 체제와 수출관리의 실효성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법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났으니,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오래 기다리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경과를 더 봐야 하지만 수출규제 해제 조치에 이런저런 핑계로 더 소요된다면 그만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원상복귀시키는 일 또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2018년 말 일본 P-1 해상초계기의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위협비행을 둘러싼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여러 카드를 내밀며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고위 관계자는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실무그룹 참여에 적극 공감하고,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쿼드 실무그룹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서 간접적인 기여 통해 자연스럽게 기회의 장 열렸을 때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쿼드 실무그룹 참여가 적극적으로 가속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단하긴 어렵지만 그의 말대로 쿼드 실무그룹 참여 등이 가속화된다면, 일본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인 미사일 정보 공유를 비롯한 안보협력 움직임 또한 그렇게 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로 레이더는 가까울수록 탐지 정확도가 높아져, 북한이나 중국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려면 한국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발표를 할 때 사실관계가 틀려 망신을 당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물론 일본에는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지만, 2A가 미국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의 공동개발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미쓰비시는 일제 강제동원 가해 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SM-3가 도입된다면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통합대공미사일방어(IAMD)에 참여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을 둘러싼 국제정치 무대에서 자율성을 상실, 유일한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국익을 위한 의도에도 우리가 끌려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주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이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에 합의했던 부분은 사실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진행했는데, 이는 일본과의 직접 공유가 아니라 미국을 통한 간접적인 공유"라며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협의할 수 있겠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번 '해법' 자체가 우리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어긴 것처럼 프레임이 만들어져 그 동안 우위에 서 왔던 대일 외교에서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향후 일본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에서의 외교안보 이니셔티브에 한국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