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받아 가스비 내면 남는게 없어요"

춘천의 한 대학가. 진유정 기자

"전기세, 가스비가 2-3배가 뛰었어요. 월세 받아서 가스비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어쩔 수 없어서 월세를 올릴 수 밖에 없어요"

강원 춘천시 한림대 인근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박모(62)씨는 공공요금이 너무 올라 이번 달부터 월세를 3만원 올린 38만원을 받기로 했다.

올린 월세는 집 주인에게도, 세입자에게도 결국 또 다른 부담을 안겼다.

"전기세와 가스비가 정말 많이 올랐어요. 월세 얼마냐는 전화는 많이 오는데 개학을 했지만 아직 방 10개 중 아직 4개나 비어 있어요. 2년째 살고 있는 학생도 월세를 올려서 그런지 서울 집으로 통학하겠다면서 아예 방을 뺐어요. 학생들한테 부담만 줘서 미안하죠"

식당가도 치솟은 공공요금 때문에 울상이다.

춘천에서 닭갈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72)씨.

"식당에 (전기)불을 켜놔야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점심과 저녁식사기간 외에는 간판 전기도 다 내려야해요. 가스 값에 식재료 가격까지 모두 올랐어요. 닭갈비와 같이 들어가는 양배추와 상추 한 장도 버리기 아까운 처지에요"

인근에서 10년째 운영 중인 돈가스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 19가 주춤하면서 경기가 살아날까 기대했는데 채소값, 인건비 모두 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공공요금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일하는 아주머니 2명을 그만두게 하고 아르바이트 학생을 쓰고 있어요. 서비스도 더 주고 인심 좋게 (장사) 하고 싶은데 힘들어요. 정부가 좀 서민들의 사정을 직접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대화가 이어질 수록 주인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공공요금 인상은 열악한 경제구조를 안고 있는 강원도 지자체에 더 큰 충격파를 안기고 있다. 강원지역 경제가 둔화된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3개월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하면서 도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와 가스 등의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자영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이루고 있는 강원도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악순환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7일 강원통계지청이 발표한 2월 강원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11.64(2020년 100)로 지난해(106.04) 동월 대비 5.3% 상승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원지역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 2021년은 2.8%(2020년 0%기준)로 2년 연속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률이 27.6%나 올랐고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난방 등에 사용되는 등유(26.0%)와 전기요금(29.5%), 도시가스요금(33.2%) 인상폭이 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20년 당시 발표한 지역낙후도지수 산정 결과를 보면 강원지역 낙후도 순위는 16위로 전남(17위)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게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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