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13년과 2017년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저가에 매수했다는 의혹(뇌물수수)에 대해 "정상적인 가격에 이뤄진 매매"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 여사가 오랜 기간 경제적 특혜를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주요 '정황 증거'를 검찰이 사실상 기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의 불기소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김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저가 매수함으로써 시세차익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라며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살펴본 김 여사의 주식 거래는 2013년과 2017년 2차례다. 우선 김 여사는 2017년 1월 20억 원 상당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김 여사의 주당 매수 가격은 800원으로, 비슷한 시기인 2016년 8월 미래에셋캐피탈의 주당 매수가격 1천 원보다 20% 낮다. 또 우리들휴브레인은 2016년 2월 주당 1500원에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런 점을 들어 김 여사가 헐값에 도이치모터스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권 전 회장으로부터 금전적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런 거래가 특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여사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매매한 우리들휴브레인이나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사들인 주식과 김 여사가 매입한 주식의 종류가 다른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여사가 매수하기로 계약한 주식은 보통주이고, 다른 주주들이 매입한 주식은 '우선주'라는 것이다.
검찰은 "2016년 2월 유상증자 당시 발행한 주식은 매년 2~7% 상당의 수익을 보장하고 의결권까지 부여된 전환우선주인 반면 김 여사가 매수한 주식은 보통주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도이치파이낸셜 보통주가 2017년 11월 액면가(500원)에 가까운 주당 540원에 거래된 사실을 들면서 "주당 800원의 매매가가 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여사의 2013년 주식 거래도 '정상 거래'로 봤다. 김 여사는 2013년 7월 권오수 전 회장으로부터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를 주당 500원, 총 2억 원에 매수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2013년 7월 김 여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를 액면가에 인수했고, 다른 참여자들도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상증자 9개월 후인 2014년 3월 말 한국자산평가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가치를 주당 557원으로 평가했고, 김 여사가 2017년 6월 주당 535.58원에 보유 주식을 매도해 연 1.8%에 불과한 수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저가 매수했거나 해당 이익을 청탁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자신이 중앙지검장에 임명된 2017년 5월 김 여사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인수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받았고, 2013년에 매입한 주식 2억 원어치도 2017년 6월 모두 매입한 가격 그대로 되팔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 대통령의 이런 주장을 모두 사실로 증명한 셈이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불기소 처분을 통해 검찰이 김 여사와 권 전 회장 사이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은 정황으로 의심되는 사실 관계를 사실상 기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런 검찰의 판단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처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올해 2월 권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와 그의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연루 의혹이 짙어졌다. 검찰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처분을 앞두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주가조작 혐의는 당사자 자백 없이 간접 사실을 모아서 혐의를 입증한다"며 "검찰이 혐의 입증에 주요한 정황 증거를 스스로 탄핵한 상황에서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일명 '주포'로 불리는 김모(1심 집행유예)씨와 다른 가담자인 민모(구속·1심 재판 중)씨 등 관련자 조사를 상당 기간 진행해 왔고,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