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정부, 일본 전범기업 면책…생존자 모두 반대"[영상]

"대법원 판결 무력화…일본에 저자세 굴욕적 해법"
피해자 대리인 "동의 않는 피해자는 집행절차 계속"
시민단체,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서 긴급 촛불집회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 및 지원단체 관계자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김세은 변호사. 황진환 기자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와 대리인단은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한국 행정부가 일본 강제동원 가해 기업의 사법적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아울러 15명의 피해자 중 생존피해자 3명은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피고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가 집행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6일 일본제철·미쓰비시 소송 원고 대리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와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외교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전범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 및 지원단체 관계자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 강제동원 소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김세은 변호사. 황진환 기자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에 급급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이 아닌 '기부금'을 받으라며 부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며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당당하게 배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선의에 기대어 '성의 있는 호응', '기여'라는 표현을 고집하며 저자세로 일관해 일본의 사과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그 어떤 재정적 부담도 없는 오늘의 굴욕적인 해법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가 '과거 담화 계승'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어느 누가 진정한 사죄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일본조차 그것을 사죄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 추진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화해 협상에서도 나왔던 장학기금은 한국의 외교참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정부, 의견수렴 요식행위 그쳐…동의 않는 피해자 집행절차 계속"


정부는 이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 진영이 요구해온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재원 기여는 일본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체는 정부의 해법에 동의하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 및 재단과 협의해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교부 및 재단은 대리인과 협의해 채권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현재 생존한 고령 피해자 3분 모두 한국 정부안에 대해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정부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한국 정부가 공탁 등의 방식으로 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킬 수 없고, 만약 재단이 일방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 집행사건에 공탁 등의 행동을 한다면 공탁의 무효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확정판결사건의 집행절차는 3건 가운데 2건에 대해 대법원 재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대법원이 정부의 외교적 교섭을 이유로 판단을 미루어왔다면, 이제 교섭이 종료됐고 채권자가 교섭 결과를 거부하고 집행절차를 통해 채권 만족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혀 신속한 매각결정 확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국내 자산에 대한 집행절차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그동안 한·일 정부 간 외교적 협의 상황 등을 지켜보았고, 그 최종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피해자들의 경우 기존의 집행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새로운 압류 및 추심명령에 따른 추심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피고기업으로부터 배상받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사죄·배상 없는 해법 철회해야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행동 관계자들이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굴욕해법 발표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앞서 이날 오전 민족문제연구소와 정의기억연대,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날 정부가 공식화한 일제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했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의 확정된 법적 권리를 짓밟고 일제 전범기업의 책임을 면죄해주는 친일·매국 협상을 강행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실정법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대법원 판결을 위반하는 직무집행을 했다"며 참담하다고 말했다.

서울겨레하나 신미연 운영위원장은 "일본 전범기업 대신 농협·수협·한국도로공사·KT 등 우리나라 기업이 대신 줄줄이 불려 가 배상하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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