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단속기 납품 비리' 부산·경남 공무원 무더기 기소

브로커 2명·공무원 4명 기소…"8500만원 상당 뇌물 수수"
브로커에 수사 기밀 넘긴 경찰관 1명도 구속 기소

A씨가 알선한 무인단속기가 경남 김해시 한 도로에 설치된 모습.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무인단속기 납품 브로커에게 뇌물을 받고 계약체결에 도움을 준 혐의로 부산·경남지역 공무원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송봉준 부장검사)는 6일 브리핑을 통해 무인단속기 납품과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은 (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브로커와 공무원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납품 브로커 A(55·남)씨는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한 무인단속기 제조업체 제품을 부산·경남지역 관공서에 납품할 수 있도록 계약체결과 편의 제공 등을 대가로 공무원 4명과 인사 브로커 1명에게 851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1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양산시청 5급 공무원 B(55·남)씨는 무인단속기 납품계약 체결에 대한 도움이나 인사청탁 비용 등 명목으로 63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계약 체결 등을 돕는 대가로 71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산시청 5급 공무원(60·여)과 계약을 돕는 데 더해 내부 공문서 등도 유출한 뒤 145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해시청 7급 공무원(55·남)도 구속 기소됐다. 5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부산 연제구청 6급 공무원(56·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B씨의 승진 인사청탁 비용을 명목으로, A씨로부터 뇌물 3000만원을 B씨와 함께 받은 인사 브로커 C(62·남)씨와 수사 상황을 A씨 등에게 유출한 현직 경찰 D(47·남) 경위도 구속 기소됐다.
 
부산·경남지역 무인단속기 납품 비리 사건 개요도.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의 비리 행각은 브로커 A씨가 경쟁업체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2020년 2월쯤 경쟁 관계에 있던 무인단속기 제조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해당 업체가 특허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관공서에 납품해 111억원가량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을 경찰에 익명 제보했다.
 
제보를 받은 부산경찰청 소속 D 경위는 해당 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2차례, 구속영장을 3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은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해당 업체의 사기 사건을 불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사건을 검토하다가 사기 사건은 실체가 없고 오히려 익명 제보자인 A씨에게 비리 혐의가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송 부장검사는 "경찰 기록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마치 해당 업체 제품에 잘못이 있는 것처럼 유도된 질문들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검증해보니 해당 업체의 기술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에 제보자 A에게 검찰 출석을 요구하니 응하지 않으려 했고, A가 알선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추가로 발견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에 걸쳐 경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해당 업체는 조달청에서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져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진행한 D 경위는 수사상황을 A씨와 수시로 논의하며 영장 신청이나 기각 사실과 이유, 향후 수사계획 등 기밀을 11차례에 걸쳐 누설한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됐다.
 
6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 송봉준 부장검사가 무인단속기 납품 비리 사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A씨가 알선한 무인단속기는 불법 주정차, 속도 신호위반, 버스전용차로, 방범용 폐쇄회로(CC)TV 등으로 부산·경남지역에 100여대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인단속기 1대당 단가는 평균 3천만원으로, A씨는 납품에 성공하면 업체로부터 15%가량의 수수료를 받아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관급계약의 경우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이뤄지는데, 해당 사이트에 등록된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에 대해서는 입찰절차 없이 제품을 선택만 하면 관급계약이 체결된다.
 
이로 인해 사실상 수의계약과 동일한 실정이며, 업체나 제품 선정이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브로커를 통한 영업은 현행법상 제재 규정이 없어 로비가 성행할 위험이 여전하며, 국민 혈세가 브로커 수수료와 공무원 뇌물로 지급된 사례가 실제로 드러났다"며 "브로커를 통한 영업을 불공정 조달행위로 규정하고, 신고 포상금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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