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소라는 '남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부터 끌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면에서 하나의 '도전' 삼아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다고도 설명했다.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이혼은 쉽고 이별은 어려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사랑과 인생 성장기를 그린다. 강소라는 "대본 받았을 때 제목이 되게 재미있었다. 뭔가 딱 떨어지거나 연애, 사랑 얘기는 아니겠다 싶었다. 물음표가 있는 거고, 이혼했던 커플들이 다시 만나는 거니까 그만큼 연애 시작하는 연인 이야기와는 다른 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혼 에피소드와 성장해가는 포인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라"라고 말했다.
'써니' '미생' 등 기존 작품과는 다른 구석을 지닌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강소라는 "완벽해 보이고 프로페셔널한 캐릭터를 맡아왔다면, (오하라는 일 외의) 부분은 손이 많이 가는 캐릭터다. 제가 생각할 땐 여리고 애 같은 면도 있다. 처음으로 관객분들한테 (새 모습을) 보여줘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라고 부연했다.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신경 쓴 부분을 묻자, 강소라는 "하라가 일은 되게 잘하고 말발이 있어서 소송도 잘 이기지만 사건 수임할 때는 의뢰인 말에 이끌려서 감정에 하게 된다. 세 번 이혼한 커플(사건)도 남 일 같지 않아서 한 거다. 공감이 되어야 그 사건을 열의 있게 한달까?"라며 "사적인 마음, 치기 어린 것도 많은 것 같고 방송할 때는 '비방(송)용' 말도 많이 하고 사이다 발언을 잘해주는 캐릭터라고 봤다"라고 답했다.
실제 강소라도 '사이다 발언'을 하는 편인지 궁금했다. 강소라는 "예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에는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라는 정의를 되게 빨리 내렸다면, (지금은) 답은 어차피 본인들이 내리는 거니까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수비수 역할을 잘해줘야지 한다"라며 "나는 어차피 그 친구 사정을 100% 알 수 없을뿐더러 그 사람(상대)을 모르니까"라고 밝혔다.
일에서는 '프로'이지만 일상에선 빈틈이 있는, 상반된 모습을 둘 다 가진 오하라 역을 하면서 '자연스러움'을 많이 생각했다. 강소라는 "반전이 확실히 있어서 연기할 때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빈틈과 허당미가 '잘 들켜야' 해서 그 부분에 관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은범과 하라가 오랜만에 재회한 장면에서 원래 대본에는 분위기 있는 음식과 와인을 먹는다고 돼 있었는데, 이를 족발과 소주로 바꾼 것도 두 사람의 아이디어였다. 강소라는 "생활감이 많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라며 "그런 걸(연기 관련) 얘기함에 있어서 거리낌 없었던 것 같다. 디테일이 추가되면 카메라 옮겨서 따로 찍어야 하고 스태프분들이 고생해줘야 하고 우리도 그만큼 애를 써야 했지만, 둘 다 열려있는 쪽이어서 가능했다"라고 밝혔다.
장승조와는 영화 '해지지 않아'에서 한 장면 정도 같이 찍은 게 전부였다. 캐스팅이 확정되고 나서 '장승조가 드디어 로코를 해?'라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는 강소라는 "눈이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애절하게 사랑스럽게 보느냐에 따라 그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보이지 않나"라며 "은범이는 하라 서사보다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중요한 부분에서 눈빛으로 얘기한 게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둘의 관계에 관해 강소라는 "둘 다 첫사랑이자 끝 사랑이라고 본다. 이 사람 외에는 다른 경험치가 없어서 은범이한테 중력에 이끌리듯이 다시 오는 것 같다"라며 "생활하면서도 얘를 놓칠 수 없고, 십 년 동안 몸에 밴 것처럼 은범이가 있기 때문에 내가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느낌? 안정감이 있다. 내 인생에 이 남자 외에 다른 남자는 상상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마지막 회는 '남이 될 수 있을까' 배우들이 모여서 봤다. 첫 방송 때도, 중간에도 모여서 관람했다는 게 강소라의 설명이다. 이렇게 끈끈한 사이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강소라는 "연기 얘기할 때 불편함과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서로 제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다 열려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길해연 선배님, 전배수 선배님이 오히려 '나 허당미가 있어' 하고 딱 오픈하면서 벽들이 걷히는 느낌? 저도 단점을 오픈하니까 더 편해지는 것들이 있더라"라고 덧붙였다.
강소라는 지난 2020년 비연예인 연인과 결혼한 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남이 될 수 있을까'를 택했다. "연기적으로는 처음 보여주는 게 있어서 걱정도 기대도 됐다"라는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연기 레슨을 받았다. 근육도 꾸준히 써야 튼튼하게 유지되듯,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다시 '연기 근육'을 되찾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내 연기'를 제대로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한 드라마는 '변혁의 사랑', 2017년 작품이다. 그동안 촬영 현장도, 작품을 감상하는 시청자들도 달라져 있었다. 강소라는 "스태프, 배우들과 소통할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의 핑계를 댈 수 없으니 결과물도 좋아야 한다"라며 "예전에는 1년에 많게는 세 작품까지도 애를 쓰면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아야 두 작품, 보통은 한 작품이다. 콘텐츠가 너무 많으니 안 됐을 때의 타격도 더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차기작도 "되게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이번엔 좀 다른 결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되게 좋았어요. 이런 것들을, 너무 한꺼번에는 말고 조금씩 입혀나가고 싶어요. 데뷔했을 때와 차이가 큰 걸 보여줄 수 있게, 야금야금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