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아들 살해 법조인 종신형, 최후진술에 판사가 꾸짖길…

스마트이미지 제공

"저는 어느 상황에서도 제 아내 매기를 결코 해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느 상황에서도 제 아들 폴을 결코 해치지 않았습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콜레턴 카운티 소재 제14구역 지방법원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알렉스 머독(54)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머독이 최후 진술을 했다.
 
3대에 걸쳐 지역 검사장을 도맡아온 법조가문 출신의 변호사인 머독은 2021년 6월 7일 저녁 가족이 살던 대저택의 개집 근처에서 아내 매기(52)와 막내아들 폴(22)을 잔인하게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날 선고는 6주간 열린 재판 끝에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이 나온 다음날 나온 것이었다.
 
클리프턴 뉴먼 판사는 이날 머독의 최후 진술을 듣더니 이렇게 나무랐다.
 
"(해친 사람이) 당신이 아닐 수 있습니다. 괴물이 그랬을 겁니다. 당신이 변한 괴물이요. 아편을 15알, 20알, 30알, 40알, 50알, 60알을 먹고 당신은 아마 다른 사람이 됐을 겁니다.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러나 같은 사람입니다."
 
뉴먼 판사는 이어 형량을 읽어 내려갔다.
 
"당신의 아내 매기 머독을 살해한 기소에 대해서 종신형(term of the rest of your natural life), 당신이 아주 사랑했던 폴 머독을 살해한 기소에 대해서 별도의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이 두 선고는 이어서 집행됩니다."
 
전날 배심원의 유죄 평결이 예상보다 일찍 나온 만큼 이날 나온 형량도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머독은 최후 진술에서조차 아무런 뉘우침 없이 결백을 주장했으나 지난 6주 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여러 증거들은 범인으로 머독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아들 폴이 숨지기 직전 스탭챗(소셜미디어)을 통해 주고 받은 짧은 동영상들이었다.
 
한 영상은 폴이 머독을 찍은 것이었다. 이 영상은 사건 당일 저녁 7시 39분에 촬영됐고, 7시 56분에 친구들에게 전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를 찍은 또 다른 영상에는 3명(폴, 매기, 머독)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은 저녁 8시 44분에 촬영됐다.
 
검찰은 여러 정황을 통해 매기와 폴이 그날 저녁 8시 50분부터 9시 6분 사이에 살해됐다고 봤다.
 
머독이 911에 신고한 시간은 밤 10시 6분이었다.
 
머독은 아내와 아들이 살해당한 시간에는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주장했으나 자신의 음성이 담긴 영상이 증거로 제시되자 거짓말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머독이 과거에 저지른 여러 범죄가 들통나게 되자 동정심을 사고 시간을 벌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켰고 주장했다.
 
김성기 기자

머독은 수십 년간 마약에 중독돼 약값을 충당하고 화려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횡령 등을 저질렀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사건 수사 과정에 머독은 자신의 가문이 운영중인 로펌과 사건 의뢰인들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횡령하는 등 약 100건에 달하는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2021년 9월 횡령 의혹이 불거져 로펌에서 쫓겨나자 다음 날 1천만 달러(130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청부살인 업자를 고용해 자신을 향해 총을 쏘게 하는 등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게다가 숨진 막내아들 폴이 2019년 2월 음주상태에서 보트를 운전하다 충돌사고를 내 보트에 타고 있던 여자 친구를 숨지게 한 사건을 무마하려한 혐의도 받았다.
 
이 밖에도 큰아들 버스터 머독의 고등학교 친구가 2015년 숨진 사건, 2018년 머독의 자택에서 일하던 가정부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진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중이었다.
 
미국 언론은 머독 가문의 유명세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강력사건, 또 이들 사건이 석연치 않게 종결돼 온 점 등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사건 전개를 경쟁적으로 보도해왔다.
 
머독 가문은 1920년 머독의 증조부가 콜레턴 카운티의 검사장에 오른 뒤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3대에 걸쳐 연속으로 검사장을 역임해 오는 등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가문이었다.
 
그러나 검사장에 오르지 못한 머독은 가문이 세운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만 활동해왔다.
 
그러다 약물 중독에 빠져 횡령 및 사기 행각을 벌여오다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을 비극에 몰아넣으며 파국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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