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들 '수박' 색출작업에 숨어버린 비명계, 이번주 활동 재개

이탈표 분노한 개딸, 살생부 배포에 '이낙연 출당' 청원도
일정 취소하고 '잠행' 비명계…이번주 재개 가능성
비명계 의원 "이 대표 퇴진 외엔 당 내홍 가라앉히긴 힘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 사태 이후, 비명(비이재명)계는 공식 활동을 자제하며 지난 한 주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딸)'이 이탈표 색출에 나서는 등 격화된 상황을 의식해 자중모드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 공판이 시작 되면서 당 내홍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오는 7일 '민주당의 길' 토론회를 기점으로 비명계의 '이 대표 퇴진' 목소리가 공식화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딸', 살생부 배포…'이낙연 출당' 청원도 5만 넘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이후, 개딸들은 가결·무효·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명계 살생부'를 작성해 공유하는가 하면, 의원들에게 어느 쪽에 표를 던졌는지 묻는 문자를 보낸 뒤 받은 답변으로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급기야 화살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로 향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대장동 건을 터뜨려서 이 대표를 고통받게 만든 장본인이 이낙연 전 대표"라며 지난달 28일 이 전 대표를 출당시켜야 한다는 청원을 당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올렸다. 해당 청원은 게시한 지 3일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민주당 규정에 따르면, 국민응답센터 청원 게시 후 30일 동안 권리당원 5만 명이 동의하면 지도부가 답을 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당 혁신위원회가 당 감사 평가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100점 중 20점 비중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친명·비명 갈등이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안이 공천룰에 적용될 경우 총선 경선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개딸'의 영향력이 커져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이 유리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혁신안에는 전당대회 투표에서 대의원 투표 비중은 10% 줄이고, 개딸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현행 4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혁신위원회 정당혁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식 의원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당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공천룰은 최대한 바꾸지 않는 차원에서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면서도 "혁신위 내 정당분과에서 토론을 거쳐서 의제로 설정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역위원장에 대한 평가에 당원들 의사가 반영이 안 돼 있어 여론조사를 통해 반영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혁신위원이 제안한 내용이 기사화가 됐는데,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라며 당무 감사에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견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비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분란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명, 지난 한주 일정 취소하고 '잠행'…이번주 재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런 가운데 비명계는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민주당의 길' 정례회의 취소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나서지 않으며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출연도 고사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아직 의견을 개진할 때가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개딸의 문자폭탄에 눈치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아직은 의견을 낼 때는 아니라고 본다. 생각을 좀 정리하고 천천히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는 7일 재개되는 '민주당의 길'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 대표 퇴진' 목소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비명계 내부에선 이 대표 퇴진 외엔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현재 이 대표 사퇴 말고는 당 내홍을 가라앉힐 방법이 없다. 결국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움직인 건 비명계와 더불어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라는 것이 표 숫자로 드러났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비명계 설득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 대표 퇴진이 당 기저에 흐르는 요구라는 걸 알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봉합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대표가 표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공판이 지난 3일부터 시작되면서 당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 모양새다. 관련 공판도 격주마다 열릴 예정이어서 이 대표의 당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명·친명 간 내홍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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