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류"…제동 걸린 탈모 조례, 운명은?

서울특별시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 캡처

서울에 사는 탈모 청년들에게 약값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 탈모 지원 조례안'이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심사가 보류됐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소라 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청년 탈모치료비 지원 조례 제정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조례안에는 서울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19세 이상 39세 이하 탈모증 진단을 받은 청년에게 먹는 치료제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이 시행될 경우 지원대상은 19-39세 사이 약 280만 명이고, 일인당 2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성동구의 사례를 토대로 추산하면 연간 30-67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분석이다.  

서울시 탈모청년 지원에 연간 최대 67억원…세대갈등 우려  


조례안은 입법예고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던 만큼 상임위에서도 시작부터 여야 의원은 물론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도 의견을 내면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서울시의회 제공

이날 회의에 출석한 김철희 미래청년기획단장은 조례안과 관련해 "세대갈등 우려가 있고, 정책 우선순위나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또 "청년정책의 우선 순위는 청년 일자리와 주거지원 문제"라며 전문적인 의료분야 정책을 다룰만한 여력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대해 임만균 시의원(민주당)은 "특정 연령층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청년정책에 대해 진취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할 미래청년기획단이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질타했다.

같은당 서준오 의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탈모지원) 찬성 수치는 기존 여론조사결과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문제"라고 거들었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소라 시의원도 조례안을 입안하면서 "지원대상으로 규정한 청년들은 학업과 취업, 창업, 연애, 결혼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경제적 이행기로 탈모로 인한 부담과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며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탈모청년 고통 덜어줘야"…"진취적 접근 필요"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영철 시의원은 "여드름과 같은 피부질환과 치아교정 등 여러 비급여 대상 질환을 겪는 청년들은 '왜 탈모만 지원해주고 나는 지원 안해주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청년 간에도 갈등이 생길 여지를 지적했다.

박상혁 시의원은 탈모지원 사업에 최대 7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시급성과 예산의 한계 등을 고려해 청년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례안에 반대했다.
한편, 허훈 시의원은 "탈모 지원사업은 의료정책 사업이라 청년지원이라는 이유로 미래청년기획단이 집행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기존 의료체계와 협업 등이 가능한 시민건강국으로 이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번에 해당 상임위에서 심사가 보류되면서 조례안은 본회의 상정에 제동이 걸렸다. 또 이번에 찬반논쟁이 격화된 점으로 미뤄보면 앞으로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도 낮아졌다.

제동 걸린 탈모조례, 운명은?  


앞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는 대선당시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놔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의 대선 패배로 탈모 공약은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각 지자체 별로는 탈모 지원 조례가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남아있다.

유튜브 캡처
이번에 관련 조례안이 상임위에 상정된 서울시의회는 물론이고, 서울시 성동구와 충남 보령시가 탈모치료를 지원하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지난해 12월에 해당 조례를 제정해 지원책을 가다듬는 중이다. 성동구는 이달부터 탈모 청년에게 1인당 20만원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정책도 내놨다.

청년의 탈모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서라도 지원해야하는 사회적인 질병일까, 아니면 세금 낭비성 정책일 뿐일까. 이번에 서울시의회가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면서 해당 논쟁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