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 경쟁에서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들의 독주가 계속되고, 반대급부로 '친이준석계' 후보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당 대표에 천하람 후보와 최고위원에 허은아·김용태 후보, 청년최고위원에 이기인 후보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하면서 정치적 반전의 기회를 가늠해보려던 이준석 전 대표의 구상에도 암초가 드리웠다.
우선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들 후보들이 당선 안정권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고민이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중 국민의힘 지지층 485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에서 김기현 후보는 45.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천 후보는 12.7%로 3위에 머물렀다.
최고위원(4명 선출) 후보 부문에선 허 후보가 김병민 후보와 각각 7.6%를 얻어 공동 4위, 김용태 후보가 6.3%로 7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엔 장예찬 후보가 39.1%를 얻어 2위인 이 후보(9.7%)와 3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무선전화 100% RDD 방식, 응답률은 2.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앞서 CBS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4~26일 국민의힘 지지층 6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는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49.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천 후보는 12.0%로 3위를 기록했다. 최고위원 적합도에선 민영삼 후보(16.4%), 조수진 후보(15.9%), 김재원 후보(12.7%), 김병민 후보(10.3%) 순이었고 허 후보(5.5%)와 김용태 후보(4.4%)는 각각 7‧8위에 머물렀다(무선전화 100% RDD 방식, 응답률 2.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 포인트).
실제 전당대회는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진다는 점이나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우 여론조사상 순위 변동이 큰 편이란 점 등을 감안하면 여론조사 추세대로 순위가 정해질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를 시험 삼아 정치적 반전을 도모해보려던 이준석 전 대표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허 후보와 김 후보, 이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천 후보를 비롯한 이들 후보를 대신해 장예찬 후보를 비롯한 여러 친윤계 후보 날 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장 후보가 선거에 나오지도 않은 이 전 대표를 언급하며 '이준석과 아바타들'이라고 힐난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른바 '윤심(尹心)' 여부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측과 이 전 대표 측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선거에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책임당원 수가 지난 전당대회 당시 30만여 명에서 현재 80만 명대로 늘었는데, 이 중 이 전 대표의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지는 우리도 잘 모른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나서서 이들에게 선택의 갈피를 제공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천아용인' 구상의 목적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의 마찰 이후 친윤계 인사들과 공공연하게 갈등을 거듭하면서 당내 불리한 입지에 서 있던 이 전 대표가 이번 선거로 그간 미처 알 수 없었던 당내 지지 세력의 규모를 파악하고, 기세를 정비할 기회를 노렸던 셈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 입성을 위한 이들 네 후보의 앞길이 녹록진 않은 만큼, 이번 계기가 오히려 이 전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또 다른 국민의힘의 관계자는 "이런 '장'이 매일 서는 게 아닌 만큼 이 전 대표는 앞으로 정치적 미래를 위해 현재 자신의 입지와 저력을 확인해보고 싶었겠지만, 네 후보가 이번 전대 구도상 '대세'를 뒤엎긴 힘들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는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판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와 그의 진영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윤리위 징계로 인한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가 내년 1월 8일까지인 만큼 내년 4월 총선은 충분히 도전 가능하다. 또 그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천 가능성도 낮지 않다. 그러나 전대를 통해 또 다시 윤 대통령과 대결 구도를 만든 점은 부담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공천 윤곽이 잡힐 2월쯤 어떤 지도부가 서 있을지, 그 지도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며 "그간 지역구에 대한 헌신과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