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할 3·8전당대회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일 열린 마지막 지역순회 합동연설회에서 당권 경쟁에 나선 안철수, 황교안 후보는 김기현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 중심의 '1강 3중' 구도가 굳어지자 후발 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막판 유세현장에서 1위 후보의 약점을 집중 공략한 셈이다. 김 후보는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으며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응수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첫 주자로 나서 "걱정했던 대로 김 후보의 해명과는 다른 증언과 사실관계가 보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라는 의혹이 계속해서 쏟아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일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정의를 중시하는 대통령께서 아예 후보로 생각조차 안 하셨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후보로 추천한 사람이 있다면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학교폭력·불공정 입시·부동산 투기는 국민의 3대 역린이다. 총선에서 이런 일 터지면 곧바로 패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조국을 수호하고 이재명을 선출했다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라며 "우리도 비리 의혹이 있는 후보를 뽑지 않아야 한다.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나. 내년 총선 전날까지 민주당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돼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가 되는 꼴을 보시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이어 연설 주자로 나선 황 후보도 "제가 김 후보의 비리 의혹을 이야기하니까 내부 총질한다고 하는데 전혀 다르다"며 "부정과 비리를 도려내야 하지 않겠나. 내부 총질이 아니라 내부 수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의 땅 투기 관련 리스크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65%였다. 특히 20대는 70%가 넘었다"며 "다시 말해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패한다는 답이 이미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오늘 울산시장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김기현 땅 밑으로 터널이 지나간다고 한다. 그걸 확정한 사람은 민주당 송철호 시장"이라며 "가짜뉴스 퍼뜨린 사람은 당원에 정중히 사과하고 더 이상 분열의 정치는 없어야 한다. 똘똘 뭉쳐야 한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원래 그러니까 그렇다 치지만, 우리 당 내부에서 민주당과 합당해 민주당 2중대를 하겠다는 건 곤란하지 않겠나"라며 의혹을 제기한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당을 위해 뛰지도 않고, 인생 이모작을 한다면서 기웃거린 사람은 철저히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그동안 당대표를 독식했던 분이 계신다. 당대표를 하면서 측근공천·밀실공천·낙하산 공천을 반복해서 선거를 망쳤던 분이 '나 이제 반성한다, 시스템 공천하겠다'고 하는데, 대표할 때 그렇게 하지 이제 와서 뭘 한다고 그렇게 말하나"라며 안 후보를 공격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당원 약 5천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는데, 경쟁 후보가 지지하는 후보를 비방하는 발언을 하면 야유를 퍼붓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훼방을 놓기도 했다. 특히 김 후보 측 지지자들은 다른 후보들로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언급될 때마다 "가짜뉴스, 가짜뉴스"를 계속 외치며 장내를 소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천하람 후보는 세 후보 모두를 비판하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과거로의 퇴행이 아닌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후보는 "김 후보가 윤핵관표 공천, 낙하산 공천하느라고 공천파동 일으켜서 막판에 또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피켓 들고 큰 절 할 때 여러분 함께 하실 건가"라며 "안 후보의 우유부단함은 또 어떤가. 정순신 본부장 같은 악재가 터져서 수도권 선거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데도 안절부절 못하면서 눈치만 본다면 그때도 안 후보의 중도정치가 수도권에 먹힌다고 하시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후보가 전광훈 목사의 부정선거 집회에 동원령을 내리고, 각 당협에서 몇 명 왔는지 버스 앞에서 사진 찍어서 보고하라고 한다면 그때도 황 부호의 일관성을 칭송하시겠나"라고 꼬집으며 "우리는 계파정치하고, 우왕좌왕하고, 동원된 인원 앞에서 당대표 혼자 폼 잡던 과거의 당으로 절대 퇴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의 연설도 정책보다는 경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로 점철돼 있었다.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장예찬 후보를 비판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장 후보도 연설 내내 이 후보와 이준석 전 대표를 비난하는데 집중했다. 오죽하면 김가람 후보가 본인 연설 도중 "오늘은 두 후보가 좀 덜 싸웠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인단 투표는 오는 4일부터 이틀간 모바일로 진행된다. 이후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6일부터 이틀간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실시한 뒤 누적 투표 결과를 8일 전당대회에서 발표한다. 당대표의 경우 1위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하면 결선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