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포위'된 이화영…檢, 이재명 향한 '물증' 확보 주력

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사건 관계인들이 속속 진술을 바꾸면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이 전 부지사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로 향하는 통로로 의심하는 검찰은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 대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오는 5일 이 전 부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수감 중인 수원구치소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보다 하루 앞서 이 전 부지사가 근무했던 경기도청 남·북부청사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불러 조사하면서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관계자들과 대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수요일과 일요일, 주 2회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쌍방울그룹과 경기도의 연결고리로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핵심 관계자들이 차례로 입을 열면서 이 전 부지사가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혐의와 관련해 "일절 모른다"며 여전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반면 김성태 전 쌍방울회장을 비롯한 관련자 대부분은 불법 송금 혐의를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등을 돌린 김 전 회장에 이어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그리고 최근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도 입장을 바꿨다. 애초 이 전 부지사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 부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마찬가지로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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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이 국내 송환된 이후 먼저 방 부회장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그는 최근 법정에서 "국내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다른 입장을 표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면서 "이 전 부지사의 요구로 쌍방울 사외이사 시절 제공했던 법인카드와 차량 등 사용을 계속 사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 변호를 맡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는 방 부회장의 진술 번복에 대해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불법 송금에 가담한 적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 오던 안 회장도 최근 조사에서 대북송금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전 부지사와의 대질 조사에서 "대표님, 그동안은 옹호하려고 (거짓말)했던 건데 이제 한계에 달했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킨텍스 대표를 지낸 이 전 부지사를 '대표님'이라고 칭한 것이다.

안 회장은 북한에 전달된 돈과 관련해서도 일부 인정했다. 안 회장은 지난달 23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북한에 전달된 돈이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21만여 달러가 아닌 8~9만 달러라고 밝혔다.

안 회장까지 불법 대북송금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 의혹에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이 전 부지사 한 명만 남았다. 3명에게 포위된 꼴이다. 이 전 부지사를 제외한 세 명은 최근 검찰이 진행한 4자 대질에서도 "경기도로부터 북한에 돈을 대납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자들의 진술 외에 물증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류영주 기자

쌍방울 관련 수사는 이처럼 이 대표의 최측근을 뺀 나머지 관련자들이 이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는 점에서 앞서 진행된 다른 사건과 유사한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을 둘러싼 '428억원 약정'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측근들은 수세에 몰려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을 받기로 약정했고, 이를 이 대표가 보고받았거나 승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백현동 개발 의혹 등에도 연루돼 있다.

정 전 실장 등은 이 대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내놓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 등과 달리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이 대표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강규태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첫 공판 기일에 출석할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고(故) 김문기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 발언으로 보고 이 대표를 기소했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가 문제를 삼아 진행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허위 발언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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