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사도 탯줄 끊고 심정지 환자에 에피네프린 투여한다

복지부, 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 개최…기존 14종→19종 확대
서울 서북·부산·천안 등 5곳, 내달 중 권역응급의료센터 추가지정

황진환 기자

앞으로는 응급 현장에서 응급구조사도 산모의 탯줄을 끊거나 심정지 환자에게 강심제를 투여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켄싱턴 호텔에서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위원장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소방청장,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장(長) 등 당연직 위원 6명과 민·관 응급의료 전문가 9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응급구조사는 응급 환자에 대한 상담과 구조, 이송·응급처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응급의료종사자다. 국가시험으로 자격을 인정받는데, 교육과정 및 시험과목 등에 따라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나날이 많아지는 사건·사고 속에서 환자를 가장 먼저 상대하는 응급구조사의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지침 상 가능한 업무 내용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1급 기준으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는 지난 1999년 열거식으로 14종이 규정된 뒤 24년간 쭉 유지돼 왔다. △심폐소생술 시행을 위한 기도 유지(기도기 삽입, 기도삽관 등) △정맥로 확보 △인공호흡기 이용 호흡 유지 △약물 투여(저혈당성 혼수 시 포도당 주입 등) 등이다.
 
2급 응급구조사는 기본 심폐소생술을 포함해 부목 등을 이용한 사지 고정 등 10종으로, 그나마 더 적다.
 
이 때문에 급작스런 쇼크로 환자에게 심정지가 오거나 심근경색이 발생할 경우, 응급구조사는 심전도 측정조차 할 수 없었다. 조기 진단과 수술을 위해 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었다.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향 공공보건정책관. 복지부 제공

이에 정부는 응급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응급처치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구급 현장과 병원 응급실 등에서 일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가 구급대 시범사업과 연구용역을 통해 무리 없이 편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업무는 △심정지 시 에피네프린 투여 △아나필락시스(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 쇼크 시 에피네프린 투여 △정맥로 확보 시 정맥혈 채혈 △심전도 측정 및 전송 △응급 분만 시 탯줄 결찰(묶기) 및 절단 등이다.
 
해당 5종은 1급 응급구조사 업무에 새롭게 적용된다.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수행한다는 게 전제다.
 
복지부는 유관기관 및 단체, 학회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중앙응급의료위원회 현장 이송 단계 전문위원회에서 해당 업무의 의학적 안전성과 효과성, 환자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여부를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심의 대상에 함께 오른 △심정지 시 리도카인 투여 △심정지 시 아미오다론 투여 △비마약성 진통제 투여 △수동제세동기 사용 등 4종에 대해선 근거를 조금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를 유보했다.
 
이에 따라, 응급구조사의 변화된 업무범위(1급 기준 14종→19종)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교육과정 운영, 이수자 관리 등을 통해 응급구조사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실제 적용 이후엔 현장에서의 업무수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추가된 업무 5종의 안전성·효과성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적정 개소보다 부족한 응급의료권역을 대상으로 추가 지정에 나선다.
 
응급의료법 상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진료, 재난 대비·대응을 위한 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응급의료종사자의 교육·훈련도 담당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작년 말, '2023~2025년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 결과 서울 서북(종로구·중구·용산구·은평구·마포구·서대문구)과 부산(부산광역시, 경남 김해시 등)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수가 기준치를 채우지 못했다.
 
또 인구 증가 등 응급의료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일부 권역은 응급의료센터 추가지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앙응급의료위는 지난달 개정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서울 서북과 부산 외 △경기 서북(고양시·김포시·파주시, 인천광역시 강화군) △경기 서남(수원시·안산시·오산시·화성시·안양시 등) △충남 천안(천안시·당진시·서산시·아산시 등) 등 5개 권역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하기로 의결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공모를 통해 평가를 마치고, 내달에는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 달성을 위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도 이달 내로 확정·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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