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메타버스 예능 '소녀 리버스',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왼쪽부터 '소녀 리버스'의 손수정-조주연 PD. 카카오엔터 제공
오는 3월 6일 버추얼 걸그룹으로 활동할 최종 5인 발표만을 앞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녀 리버스'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종류와 내용의 예능이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서 예능을 찍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거의 다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손수정-조주연 PD는 '메타버스 예능'인 '소녀 리버스'의 조금은 달랐던 제작 과정을 자세하게 밝혔다.

사실 처음부터 '메타버스를 이용해야지' 하는 느낌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손수정 PD는 기획 단계였던 지난해 3~4월이 여전히 코로나 시기였고, 이럴 때 '요즘 애들은 뭐하고 놀까, 어떻게 소통하고 지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문화로 접근하고자 했고, 요즘 들어 아이돌 위주의 프로그램이 없는 점, TV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위주로 산업이 전환되는 상황도 두루 고려했다.

기획 단계부터 공들인 것은 서사와 세계관 확립이었다. 출연진과 만나 오랫동안 상의해 각자 캐릭터와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어 나갔다. 손 PD는 "제작진 중에도 2D 캐릭터에 거부감 있던 친구들이 있었다"라며 "진입장벽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개인에게 서사를 부여한 게, 아이돌 친구(출연진)부터 여기에 몰입해 있으면 보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들어갈 수 있고, 캐릭터로서 온전히 받아들일 때가 분명히 올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조주연 PD는 구체적인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캐릭터를 세심하게 만들기 위해 머리와 눈 색깔, 키, 몸무게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집해 반영했고, 각 캐릭터의 '월드'도 30개 버전으로 준비했다. 산타 마을에서 태어난 '루비', 만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도화' 등 각양각색의 '월드'가 펼쳐진 이유다.

'소녀 리버스'는 K팝 걸그룹 멤버 30명이 가상 세계에서 아이돌 데뷔 기회를 차지하고자 경쟁을 펼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카카오엔터 제공
조 PD는 "캐릭터 만드는 곳, 공간 만드는 곳 업체를 따로 선정했다. 한 업체로 하면 로드(부하)가 걸려서 힘들어질까 봐 작업을 분할했다. 다행히 양쪽 다 너무 잘해주셔서 (출연진이) 만들고 싶어 한 세계를 잘 구현해줬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는 분들이 연출적으로 되게 좋아하셨던 '소멸열차' 같은 경우도 아련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 레퍼런스도 오랫동안 찾아봤는데, 다행히 기술적으로 잘 구현해주는 업체를 만나서 머릿속에서 '될까?' 했던 걸 해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라고 답했다.

'소녀 리버스'는 전·현직 걸그룹 멤버 30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예능이었다. 뒤로 갈수록 탈락자가 생겨 총인원이 줄긴 하지만 워낙 출연진이 많아서 편집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조 PD는 "30명에 왓쳐분들도 4명이라 34명의 오디오가 있다. VR 카메라맨이 같이 있어도 누가 어디서 나를 찍고 있는지 소녀들은 전혀 모른다. 카메라가 보이지 않고 투명 아바타로 있기 때문에. '근데 찍고 있나?' 하는 얘기를 할 정도로 이 친구들이 말을 막(자유롭게) 뱉었기 때문에 오디오 선별하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번 촬영을 6시간 정도 하면, 30인 기준으로 했을 때 '듣는 것'에만 최소 180시간이 걸렸다. 조 PD는 "좋은 오디오, 나쁜 오디오 선별 과정이 오래 걸렸다. 소멸(탈락)해서 (나중에는 수가) 조금 줄었지만 마지막까지 열 분의 소녀가 있었다. 버추얼(소녀V)일 때 매력적인 장면은 소녀X(현실 본체)로서도 귀엽기 때문에 귀여운 포즈나 표정을 했을 때 현실 소녀X와 싱크 맞추느라 편집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고 부연했다.

'메타버스 예능'이기에 더 까다로웠던 부분도 있다. 우선 저작권 문제가 있었다. '소녀 리버스'는 당초 지난해 11월 말 공개 예정이었으나, 크리에이터와의 저작권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해 올 초로 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손 PD는 "크리에이터 한 분도 빠짐없이 협의했고 콘텐츠 제작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후속 논의까지 전부 다 마친 거로 안다"라며 "한 번 딜레이(연기)된 후에는 서면 계약과 크리에이터 보상까지 모두 마친 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녀 리버스' 캡처
그는 "현실 세계라면 조금 더 쉬웠을 문제들이 메타버스였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연예인을 데리고 촬영하면 카메라, 오디오, 모니터팀, 작가, PD 구성만 있으면 촬영할 수 있다. 저희도 이번에 많이 배웠는데, 메타버스에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더라. 공간 제작도 현실보다 두세 배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 또, 여기서는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한 명이 늦어지고 전체 스탠바이도 늦어진다. 예상할 수 없는 문제가 일주일 단위로 터졌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저희 나름대로는 커버하기 위해서 상주 인원을 부스 앞에 배치해놨고 (부스) 안에 있는 걸 모니터하기도 했는데, 실제(얼굴)로 보는 게 아니니 부스 촬영에서는 그런 것(출연진 컨디션)을 캐치하는 게 살짝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도 보완될 상황은 좀 더 많은 것 같다. 실제 촬영보다는 준비 기간과 촬영 시간이 길고 편집도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만들면서 어려움만 느낀 것은 아니다. 조 PD는 "'소녀 리버스' 만들면서 느꼈는데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거다. 스튜디오에서 인터넷이 요 정도여야 출연진 30명, 스태프 60명이 있어도 구현되는구나, 이게 가능하구나 했다"라고 운을 뗐다. 조 PD는 "움직임이 가끔 튀는 부분이 있는데 기기가 얼마나 날 잘 인식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게 발전되면 훨씬 더 양질의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구성적으로는 충분히 모든 것을 예능으로 만들 경지에 오르지 않았나 싶다"라고 바라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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