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예능 '소녀 리버스'의 손수정-조주연 PD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가 지난달 28일 열렸다. 제작진은 "서로를 선입견 없이 바라봤고 스스로를 가감 없이 보여준" 참가자들 덕분에 매회 재미를 선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현실 세계에 있는 본체 '소녀X'는 본인이 직접 설정한 외모와 성격과 특성을 바탕으로 가상 세계 속 캐릭터 '소녀V'가 된다. 실제 모습을 최대한 투영한 경우도, 원하고 바라는 모습을 가득 담은 경우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남는 건 결국 '나다운 나'였다. '소녀 리버스' 속 출연진은 어느 때보다 막힘없이,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했다.
손수정 PD는 "진짜 많은 걸그룹을 만나봤는데 진짜 제작진 (기준은) 딱 하나였다.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가장 몰입 잘할 수 있는 친구.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인기 있고 예쁜지 이런 건 저희 기준이 아니었다. 섭외 미팅 때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이 친구가) 가상 세계로 들어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겠다 하는 것이 가장 큰 섭외 기준이었고, (캐릭터 간) 성격이 많이 겹치지 않게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탈락해 소멸한 '바림'(나다)은 "'소녀 리버스' 버추얼 촬영을 할 때 사람들은 (제가) 가면을 쓰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촬영하면서 완전히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오히려 '나다'라는 그 가면도 다 벗고 정말 윤예진이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캐릭터였던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손 PD는 '바림'의 이 발언을 언급하며 "저희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30명 소녀 전부 처음에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들어야지'라고 접근해서 시작한다. 재미있는 건, 자기가 현실에서 못했던 것들, 나로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여기서 전부 하고 갔다고 거의 다 공통적으로 얘기해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만들어놨던 틀에서 벗어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 봤을 때도 엄청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방송이 매 회차 재미있던 건 진짜, 전부 다 그 친구들(출연진) 덕분이었다고 본다. 서로를 선입견 없이 바라봤고, 스스로를 가감 없이 보여줘서 저희도 여기까지 잘 만들어오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촬영 중 제작진도 놀란 출연진의 돌발 행동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손 PD는 "딱 떠오른 게 두 명"이라며 '무너'와 '김세레나'를 들었다. 첫 촬영 때 가운뎃손가락을 들었던 '무너'를 보고 다른 출연진 역시 '아, 저렇게 해도 재미있구나'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아도 되는 잔치구나' 하고 깨달은 것 같다며 "되게 많은 소녀가 자기를 한 꺼풀 내려놓고 멘트와 행동에 관해서도 스스럼없어졌다"라고 말했다.
'김세레나'에 관해서는 "첫 촬영에서 최하위 등급인 브론즈로 지목되자마자 탈주했다. 현실 세계 촬영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무너진 공원 끝까지 달려가서, 카메라 감독님들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당황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런) '세레나' 친구의 행동도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이돌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던 건 저희가 최초이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바림'의 욕설을 마지막 예로 추가했다. 손 PD는 "게임 중에 장치가 닿으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바림' 이 친구가 한 열 몇 번 시도하다가 '으아! XX' 이렇게 됐는데 그런 것도 사실 저희는 예상 못 했다. 본인은 '방송인데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하고 걱정했고, 촬영본에 쓸까 말까 논의 거쳤는데 이런 행동 자체가 사람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을 법하다고 봤다. 저라도 그러면 엄청 화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맨 처음에 진행한 1:1 데스매치는 한 명 한 명의 무대를 보고자 했던 게 '음악성도 있고 스스로의 음악적 가치관이 있는 친구들이 개인 무대를 할 거다' 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바이벌 무대를 할 때 VR 세계에서는 약간의 한계가 있더라"라며 "이 친구들이 얼마나 노래 잘하고 춤을 잘 췄냐보다는 갖고 만들었던 세계관과 캐릭터를 끝까지 가지고 가느냐에 대한 서바이벌이 됐다. 뒤로 갈수록 무대 줄어들고 뮤직비디오로 간 게 (캐릭터의)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어쩌면 생소할 수 있는 특징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점쳤는지 묻자, 손 PD는 "성공 가능성은, 이게 엄청 화제가 될 거라기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무조건 '좋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생각했다. 호냐, 비호냐는 있어도 절대로 재미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저희도 만들면서 재밌게 즐겁게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제작진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던 때는 언제일까. 매회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가 바뀌었다고 운을 뗀 조 PD는 첫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조 PD는 "섭외 미팅 때 같은 그룹끼리도 언니 동생끼리는 존댓말을 썼는데, 이 세계(W)에서 적응하려고 하고 계급장 떼놓고 서로의 매력을 뽐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실제로) 처음 만나서 축하할 때도 캐릭터 이름을 얘기하더라. (서로에게) 굉장히 경계를 낮춰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고 되게 보기 좋았다"라고 부연했다.
'소녀 리버스'는 가상 세계에서 활동할 최종 멤버 5인 발표가 포함된 최종회(3월 6일)를 앞뒀다. 탈락(소멸)하면 정체를 공개했던 것과 달리, 최종 5인의 정체 공개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손 PD는 "몰입도와 경계가 조금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개를 안 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최종 멤버가 확정되면 오는 5월 초를 목표로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도 귀띔했다. 이후 계획을 묻자, 손 PD는 "시즌 2나 남자 아이돌 쪽(버전) 이런 것도 아직까지는 계획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저희가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 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