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은 지난 2021년 5월 왼쪽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 채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무릎이 온전치 않은 상태였지만 투혼을 발휘해 여자 배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강행군 탓에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김희진은 올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251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은 32.48%에 불과했다. 2010년 프로 데뷔 후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김희진은 올 시즌 내내 무릎 통증을 참고 뛰었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기업은행은 27일 "김희진이 이날 우측 무릎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병원 진료 결과를 토대로 근력 보강 및 재활 등 구단의 관리 하에 운동을 지속해왔지만 부상 방지와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
재활 기간은 1년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희진은 올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고, 다음 시즌에도 후반기는 돼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김희진의 컨디션 난조에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은 바 있다. 에이스의 잦은 부상이 팀 성적 부진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13승 18패 승점 41로 6위에 머물러 있다.
당시 김 감독은 김희진에 대해 "구단에서도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고,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면 구단과 상의해서 다른 길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올 시즌 부진했던 김희진과 결별까지 고려한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2010년 프로 데뷔 후 12년째 간판 스타로 활약 중인 김희진은 쉽게 내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과 함께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여자 배구의 흥행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지난 시즌 올스타전 득표 전체 1위(11만3448표), 올 시즌에는 부진에도 여자부 4위(6만559표)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오히려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 산타나와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이탈로 아포짓 스파이커를 소화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 시급해졌다. 최근 육서영이 김희진 대신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하고 있지만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정규 리그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봄 배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 한국도로공사(승점 49)에 무려 8점 차로 뒤져 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다음 시즌을 위한 전력을 구상해야 한다.
김희진 없이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여기에 FA가 되는 김희진과 계약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일단은 김희진의 빠른 회복이 우선이다. 구단 관계자는 "김희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건강히 복귀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