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8일 '민자고속도로'인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일반 이용자 승용차 통행 기준으로 영종대교는 오는 10월부터 현행 6600원에서 3200원으로 낮추고 인천대교는 2025년 말까지 기존 5500원을 2천 원으로 내리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재정고속도로' 대비 각각 2.28배와 2.89배로 높은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가 재정고속도로 1.1배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는 '2022년까지 8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재정고속도로 대비 1.1배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2018년 8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의 연장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투자로 민간사업자 손실을 먼저 보전해 주고 추후 공공기관이 맡아 운영하면서 선투자금을 회수하는 '공공기관 선투자' 방식으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경우 민간사업자 손실 보전 금액이 3조 원 안팎으로 매우 큰데다가 공공기관 재무 여건과 경제 여건도 악화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28일 "현재도 2018년 계획대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는 천안-논산 등 다른 민자고속도로에 이미 4조 원을 투자했고,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 급감으로 최근 3년간 약 1조 8천억 원의 영업 손실을 겪었다.
그런데도 원희룡 장관은 "2025년 이후에는 금리와 물가가 안정돼 인천공항공사 경영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에 기대 재정고속도로 1.1배 수준의 통행료 인하 방안을 내놓았다.
전날인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라며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방안 마련을 지시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현 정부가 전임 정부 정책 거스르기에 열심인 사실을 고려하면 '전 정부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은 의외다.
아무튼 28일 국토부 발표로, 오는 삼일절에 차량 1천여 대를 동원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려던 영종 지역 주민들의 시위 계획은 철회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원희룡 장관 자신의 말처럼 국가가 민간사업자로부터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를 사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과감한 결정을 국토부가 내린 덕분이다.
원 장관은 "선투자 방안은 쉽게 말하면 다리들을 사 국가가 소유·운영하면서 최저치의 이용 요금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