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직접 벤투 감독 선임을 알렸다. 벤투 사단 코치들의 동행 등 계약까지 끝낸 상태였다.
"정점에 있는 감독은 어려워 조금 꺾인 감독을 우선으로 접근했다"는 등 선임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있었다. 또 벤투 감독이 말한 한국 축구 분석, 벤투 감독의 철학은 물론 선임위원회가 본 벤투 감독의 경기 분석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달랐다.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축구 분석이나 클린스만 감독의 철학 등을 신중하게 고려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2월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탓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선임부터 한 모양새다.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직접 클린스만 감독과 화상 미팅을 진행했다고 했음에도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 등에 대해 그저 자신의 기대만 전했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은 더 많이 찬스를 만들고, 더 많이 골을 넣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점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을 예로 들면 카운터어택으로 득점했다. 이렇게 쉽게, 단순하게 빠른 속도로 득점할 수 있는 부분을 기대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또 다른 부분은 수비 전환이다. 즉각적인 압박, 또 상황을 확인하면서 콤팩트한 수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주는 준비 과정이나 스타일을 볼 때 내 생각과 동일하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감독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에 대해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전임 벤투 감독이 만든 한국 축구에 대한 연속성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 축구는 이례적으로 벤투 감독에게 4년이라는 시간을 맡겼다. 위기도 있었지만, 월드컵 16강 진출은 물론 한국 축구의 틀을 잡았다는 평가다.
뮐러 위원장 역시 취임 기자회견 때 "국가대표 감독은 그동안 한국 축구의 철학과 연계되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로 선임할 계획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떻게 해왔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은 직접 강조했던 한국 축구의 연속성 발언을 뒤집었다. 밀러 위원장은 "감독들의 개성이 다르다.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특정 감독의 축구를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한국적 요소를 겸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무엇보다 클린스만 감독이 후보로 떠올랐을 때 쟁점이 됐던 한국 거주 여부도 불투명하다. 밀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거주 여부에 대해 "계약 조건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만 설명했다.
선임 과정부터 '파주에 사무실을 만들어 17세, 19세 선수들도 관찰하겠다'는 식의 향후 계획까지 투명했던 벤투 감독 부임 때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뮐러 위원장은 취임 당시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무조건 빨리빨리보다 절차에 따라 확실한 감독을 세울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설명만 보면 그저 '빨리빨리' 선임부터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