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운영되는 지적발달장애인 '그룹홈' ②30명 장애인 시설과 같은 '1인 그룹홈' 행정업무 ③장애인 그룹홈 1인 다역 안전 사각지대…책임도 독박 ④장애인그룹홈 재활교사, 과중한 행정업무에 노동권까지 파괴 |
"퇴근이후에도 전화기는 켜 있어야 돼요, 행정업무나 보건소 등에서 계속 카톡 문자가 오고 이에 대해 응답을 해야 하니까요"
전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장애인그룹홈 재활교사의 근무는 아침 9시쯤 끝난다. 하지만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된다. 행정기관이 요구하는 각종 문서나 보고서 등이 밀려온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힘들지만 가족처럼 돌볼 수 있어요, 하지만 행정업무는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서귀포시에서 공동생활로 지난 1년 동안 재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고모씨의 설명이다.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고 평가 지표에 따른 내용에도 답을 해야 합니다"
종사자 1인의 그룹홈이지만 30명이 근무하는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제출해야 하는 행정업무와 동일하다.
남성 지적장애인 4명과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재활교사 손모(52)씨는 직업군인 출신으로 자살충동 장병 등 관심 사병을 8년 정도 관리했던 상담사 출신이다. 하지만 손씨도 재활교사의 과도한 행정업무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손씨가 근무하는 공동생활 주택 한쪽에는 이곳이 가정이 아니라 장애인시설이라고 알리는 것처럼 서류함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예결산과 인건비, 운영보조금관리 등 회계와 행정 업무는 기본이다. 이용자 개별지원을 위한 개별지원계획과 건강생활 지원 계획, 일방적인 의식주 생활과 주택관리, 시설내외 환경관리도 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가장 중요해진 시설안전관리를 위해 안전교육과 전기·가스·소방시설물 정기점검도 혼자 받아야 한다. 지역사회로부터 후원금품관리와 지역사회자원 개발도 스스로 해야 한다.
또 다른 재활교사는 "올해는 지난 3년치 평가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이 더 많다"며 "장애인 거주시설이라는 점에서 장애인복지법은 물론 노동법 인권, 시설물 점검 등 모든 관련된 법에 따라 시설을 운영해야 하니 종사자 1명이 이 모든 서류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과도한 행정업무는 결국 이용자들을 위한 활동을 제한한다.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 평가지표에 따라 각종 업무를 준비한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주간 생활을 하고 가정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저녁과 밤에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싫어한다.
낮 활동을 하고 그룹홈에 돌아온 장애인 이용자들도 집에서 쉬고 싶고, 나가기 싫지만 활동 프로그램 평가 지표에 따라 저녁 시간 프로그램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연령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재활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활동과 서류는 점점 늘고 있다.
10년 동안 장애인 그룹홈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는 "행정만 지원해 줘도 좀 여유가 있다. 지금 갖고 있는 사명감에 약간의 행정지원만이라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지원체계 없이 종사자 1인이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지금의 제도는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보조금을 포함한 각종 신청서류등 행정처리가 기한 내 이뤄지지 않고 근무시간이 아닌 낮 시간에 연락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행정 업무 처리가 늦어진다.
이 때문에 상근시설장 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일법인이 운영하는 그룹홈 3곳을 1단위로 묶어 상근시설장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행정업무를 종합 처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애인공동생활가정 그룹홈을 신규 설치는 고사하고 전국적으로 해마다 그룹홈 2~3곳이 사라지고 있다.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시간도 없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근무환경은 지적장애인의 사회생활 자립을 돕기는커녕 복지사들이 오히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기피하는 원인이다.
무엇보다도 교대근무자가 없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과도가 행정업무도 문제지만 1인 근무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에도 쉽게 노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