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가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언어폭력 비중이 늘어나면서 언어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9796건으로 2학기를 포함하면 지난해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2만~3만 건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 835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대면수업이 재개된 2021년에는 1만565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학교폭력위 조치사항은 서면사과(1호), 피해학생 접촉 등 금지(2호), 학교봉사(3호), 사회봉사(4호), 심리치료(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퇴학(9호)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학폭위가 내린 조치(가해학생 1명에게 2개 이상의 조치 가능) 가운데 대부분은 서면사과(63.1%)와 접촉금지(78.5%), 학교봉사(48.8%)였지만 사실상 '중징계'로 불리는 출석정지 비율(14.9%)도 두 자릿수에 달했다.
학급교체와 전학은 각 4.2%와 4.5%였고, 퇴학은 0.2%였다.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전학이 가장 무거운 조치다.
최근 들어 언어폭력 늘어…'더럽다. 추접한 XX. 돼지XX'
특히 최근 들어 학교폭력 중 언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매년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초·중·고등학교(초4~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는데, 학교폭력 피해유형별 응답(복수응답) 비중을 살펴보면 10년 전인 2013년 조사(1차) 당시 피해 유형 가운데 34.0%였던 언어폭력은 이후에도 계속 33~35%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된 2021년에는 41.7%, 지난해에는 41.8%로 높아졌다.
서울 모 교육지원청에서 최근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언어폭력은 심한 욕설이나 놀림, 겁주는 말을 지칭한다"며 "신체폭력이나 사이버폭력에 언어폭력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 오랫동안 모욕을 준다든지, 욕설을 지속적으로 한다든지, 부모를 욕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직접 처리한 언어폭력 사건에는 '더럽다. 추접한 XX. 돼지XX'와 같은 욕설을 한 경우가 있었다"며 "최근들어 언어폭력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체폭력은 10% 안팎을 유지하다 지난해 13.3%로 다소 높아졌다. 금품갈취는 2013년 10.0%에서 지난해 5.4% 수준으로, 스토킹은 같은 기간 9.2%에서 5.7%로 낮아졌다. 성폭력은 지난해 4.3%를 기록했다.
교육계에서는 스토킹과 성폭력 등의 경우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면서 정부와 학교 차원의 대응책이 나오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각심이 생겼지만, 언어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다소 느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2017년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던 시절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체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의 큰 틀)이 2012년에 수립돼 10년 이상 지난 만큼 전반적으로 점검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사안에 대해 사회적으로 우려와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학폭 근절 대책을 3월 말쯤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