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진정한 1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괴물' 김민재(21·영암군민속씨름단)가 고교 때 라이벌이자 절친을 넘고 모래판 우승 행진을 이었다.
김민재는 27일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문경장사씨름 대회' 백두장사(140kg 이하) 결정전(5판 3승제)에서 동갑내기 최성민(태안군청)을 3 대 1로 눌렀다. 지난달 설날 대회까지 올해 2개 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특히 김민재는 민속 씨름 4개 대회 출전에 모두 꽃가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민재는 울산대 2학년이던 지난해 단오 대회에서 생애 첫 백두장사에 올랐고, 12월에는 천하장사까지 등극했다. 영암군민속씨름단에 입단한 올해 2관왕을 보탰다.
무엇보다 김민재는 고교 시절 자신보다 앞섰던 친구를 넘었다. 김민재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여수공고 3학년 동안 우승 3번, 준우승 1번, 동메달이 6번 정도 됐다"면서 "최성민이 1인자였고, 나는 그 다음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태안고 출신 최성민은 3학년이던 2020년 천하장사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거둘 만큼 잠재력을 뽐냈다. 고교 졸업 뒤 곧바로 실업 무대에 나선 최성민은 4번이나 백두장사에 오르며 슈퍼 루키임을 입증했다.
때문에 김민재는 실업 진출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다. 김민재는 "고교 때 1인자도 아니었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대학교에서 조금 더 단련한 뒤 실업에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귀띔했다.
3년이 지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성민 역시 나름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김민재의 기세가 더 무섭다. 김민재는 문경 대회를 앞두고 혹시 이뤄질지 모를 민속 대회에서 첫 절친 대결에 대해 "성민이와 친해서 얘기를 많이 하는데 '결승에서 만나면 진짜 재미있게 해보자'고 한다"며 짐짓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말 성사된 맞대결에서 김민재는 과연 친구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김민재는 긴장한 듯 첫 판을 경고 누적으로 내줬지만 둘째 판 잡채기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김민재는 세 번째 판에서 발목걸이로 우위를 점한 뒤 네 번째 판에서 들배지기로 황소 트로피를 확정했다.
경기 후 김민재는 CBS노컷뉴스에 "성민이와 결승 도중에도 '너 왜 이렇게 안 넘어가냐'며 즐겁게 경기를 했다"고 흐뭇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는 친구보다 앞선 것 아니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향후 10년 이상 많이 대결을 할 것"이라면서 "지금부터가 진정한 승부"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김민재와 최성민은 이제 똑같이 4번의 장사에 올랐다. 김민재는 천하장사 1번에 백두장사 3번, 최성민은 백두장사만 4번 타이틀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김민재는 성치 않은 몸에도 무패 전승 행진을 달렸다. 영암군민속씨름단 김기태 감독은 "사실 설날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민재가 발목 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했는데 참고 우승했다"면서 "이번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이겨냈다"고 뿌듯한 소회를 드러냈다.
이날 김민재는 단체전까지 2관왕에 올랐다. 영암군민속씨름단(전라남도)은 단체전(팀 7전 4승제·개인 3전 2승제) 결승에서 신생팀 MG새마을금고씨름단(충청남도)을 4 대 2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전날 한라장사(105kg 이하) 결정전에서 최성환이 우승을 차지했다. 금강급(90kg 이하)에서는 최정만이 김태하(연수구청)에 밀려 준우승을 거뒀다.
▶'위더스제약 2023 민속씨름 문경장사씨름대회' 백두급 결과
백두장사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
2위 최성민(태안군청)
3위 이재광(영월군청)
4위 김진(증평군청)
공동 5위 윤성희(동작구청), 임진원(영월군청), 박성용(영암군민속씨름단), 오정민(문경새재씨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