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도, 마음씨도 슈퍼맨이었다. 프로당구(PBA)를 이끄는 국내 간판 조재호(NH농협카드)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피해 돕기 성금을 쾌척했다.
조재호는 27일 서울시 서대문구 구세군 본부에서 튀르키예 지진 성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구세군 황규홍 업무국장과 NH농협은행 스포츠단 장한섭 단장, 함정식 부단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8일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3'에서 우승을 거둔 조재호는 상금 중 일부를 강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내놓은 것이다. 조재호는 2022-2023시즌 개막전과 정규 시즌 마지막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초 조재호는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3' 기간 튀르키예 지진 소식을 듣고 성금을 내놓을 마음을 먹었다. 조재호는 "튀르키예 지진 소식 들었을 때 경기 결과는 물론 금액과 관계 없이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때마침 우승을 해서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결승까지 지켜본 아내도 적극 권유했다"고 귀띔했다.
선한 영향력이 전파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재호는 "사실 기부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기사를 보신 분들, 특히 당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전화 통화로라도 도움을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널리 알리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함께 PBA에서 뛰는 튀르키예 선수들이 있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조재호는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와 8강전을 치렀는데 표정이 좋지 않더라"면서 "PBA 진출 이전부터 튀르키예 선수들과 영상 통화도 하고 좋게 지내는데 (6·25 전쟁 때 도와준) 형제 국가이기도 하니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미 조재호는 튀르키예 대지진에 앞서 기부 활동을 한 바 있다. 조재호는 PBA 진출 이전인 2020년 자신의 애장 큐를 자선 경매에 내놔 낙찰된 1150만 원에, 후원사인 유니버설코리아가 850만 원을 더해 2000만 원을 초록우산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초록우산재단 측은 "당구 선수로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조재호는 "후배인 황현범이 알려줘서 기부가 시작됐다"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결승에서 만난 절친 강동궁(SK렌터카)도 기부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 이미 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구세군 황규홍 업무국장은 "당구라는 스포츠가 기부로 이어지는 선례를 구세군을 통해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조재호 프로의 기부를 통해 당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튀르키예에 대한 당구 팬들의 나눔이 더욱 뜨거워지길 바란다"며 당부했다. 이어 "조재호 프로가 더욱 우승을 많이 해서 선행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이제 조재호는 오는 3월 2일부터 열리는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3'를 정조준한다. 시즌 상금 랭킹 1위인 조재호는 사상 첫 한국인 왕중왕전 우승을 노린다.
조재호는 "우승을 생각하면 부담감이 생긴다"면서 "항상 똑같이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겸손한 각오를 다졌다. 선행을 선도하는 슈퍼맨의 비상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