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많이 나오면서 이재명 체제 리더십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출입하는 정석호 기자와 얘기 나누겠습니다.
[앵커]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어요.
[기자]
네, 전체 중 297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가결 표가 139표, 부결 표가 138표 나왔고요. 기권이 9표, 무효표가 11표 나왔습니다. 일단 가결표가 재적의원 299명의 과반인 150명을 넘지 못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이재명 대표에게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가결표, 그러니까 이 대표가 법원에 심사를 받으러 가야한다고 보는 표가 122표를 살짝 넘을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가결표가 139표가 나와서 최소한 이탈표가 17표, 기권과 무효까지 잡으면 최대 37표까지 계산이 됩니다.
이탈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나온 상황인데요, 표결 전 민주당 지도부는 이탈표가 10표 정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고 당 안팎에서는 5표 안팎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박주민 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 관련돼서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농성에 참여하는 사람들 인원만 해도 100명이 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특별하게 큰 흔들림 없이 당이 가고 있다. 이렇게 보여지고요."
앞서 비명계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일단 부결표를 던지자고 의견을 정리했거든요. 외견상 단일대오에 서자고 했지만 생각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서 결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향후 민주당에서 이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을까요
[기자]
일단 체포동의안은 부결됐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검찰이 쌍방울, 혹은 대북송금 등 사안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이 또 이뤄지게 됩니다. 이른바 쪼개기 영장 청구에 들어갈 경우 민주당 내에서는 또 이 대표 방어에 나서야 하는데요, 벌써부터 이렇게 이탈표가 나온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부결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가 기소됐을 때입니다.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질 경우 비명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비토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검찰이 야당을 탄압한다는 프레임을 짤 수 있었는데 재판에 넘어가게 되면 여론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재판 받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선거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표결에 대한 얘기에 들어가기 전에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이재명 대표의 신경전이 있었죠?
[기자]
네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법무부장관이 본회의장에 직접 와서 체포동의를 요구합니다. 이 자리에서 한동훈 장관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는데요. 제3자 뇌물죄, 배임죄 등 여러 혐의들을 열거하면서 이중 단 한건만으로도 구속이 될만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장동, 위례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성남시민의 자산인 개발이권을 제값에 팔지 않고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요약했습니다.
한동훈 장관의 말 들어보시죠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겁니다. 여기서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습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기업으로부터 후불제 뇌물, 할부식 뇌물 방식으로 받았다고 빗댔습니다. 한 장관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설명을 들었고요, 중간에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때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왜 그런 소리를 하냐", "정순신 변호사의 인사검증 실패나 사과하라"고 고성을 지르며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앵커]
이재명 대표는 신상발언에서 뭐라고 했나요
[기자]
네 이재명 대표도 이어서 신상발언을 했는데요, 이 대표는 영장 내용이 억지라며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대장동 사업의 경우 적극행정을 통해 충분히 성남시 이익을 챙겼고 성남FC의 경우 구단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지 사익을 취한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가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치공세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권력자가 국가위기와 국민고통을 외면한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입니다"
[앵커]
표결 이후 여야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기자]
민주당은 다소 당황한 듯한 모양새인데요. 방송 시작 조금 전까지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탭니다. 국민의힘은 상식적인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인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방탄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 사안이 충분한데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표결 과정이 상당히 길었던데요 여야 신경전이 상당하던데요
[기자]
네 검표 과정에서도 무효표 판단을 놓고 약 1시간 정도 실랑이가 벌어졌는데요, 딱 2표가 애매해게 표기가 돼서 명확하게 무효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여야가 다투며 서로 고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문제가 된 두 표를 제외한 채 먼저 개표를 진행했고 추후에 1표는 무효, 1표는 부결로 결론을 냈습니다. 사실 무효표 논란이 있던 이 2표가 표결 결과에 영향을 줄만한 수는 아니거든요, 다만 이탈표를 두고 다양한 정치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예민하게 반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