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버스도 단 '가짜 매연필터'…2010년부터 전국 활개

[보조금 빼먹는 '가짜 매연필터'…속 빈 대기환경정책②]
첫 가짜필터 장착은 2010년 2월 중형버스…이후 전차종으로 확대
대형 차량 중 23% 가짜필터 이력…전체 2만대서 가짜필터 장착 추정
경찰버스·지자체 청소차·선로보수차량 등에도 가짜필터 장착
취재 시작되자 내부전산 자료 수정 정황도

DPF 장착차량을 알리는 스티커. 주영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차 주인에겐 쉿!"…매연차량 '2만대' 날개 달았다
②[단독]경찰버스도 단 '가짜 매연필터'…2010년부터 전국 활개
(계속)

수년째 가짜 매연저감장치(DPF) 필터를 제작한 뒤 차량에 장착한 의혹을 받는 DPF제작사가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이 업체가 2010년부터 가짜필터를 장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가 13년간 가짜 DPF필터를 장착한 차량에는 경찰버스와 지자체 살수차, 코레일 선로정비차량 등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차량도 다수 포함됐다.
 

첫 가짜필터 장착은 2010년 2월 중형버스…이후 전차종으로 확대

28일 CBS노컷뉴스가 가짜 DPF필터를 제작해 전국의 차량에 장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DPF제작사 A업체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업체가 처음 가짜필터인 'N필터'를 차량에 장착한 건 2010년 2월 10일로 서울의 한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중형버스였다. 배기량과 엔진출력을 기준으로 대·중·소형 DPF필터를 제작하던 A업체는 이때부터 가짜 중형DPF 필터를 생산했다.
 
이후 점차 제작량을 늘려 2013년 9월에는 서울의 한 금속제조업체의 승합차량에 처음 소형 가짜필터를 장착했으며, 2016년 6월에는 서울의 한 관광업체 대형버스에 대형 가짜필터를 장착했다.
 
A업체는 규격별로는 △배기량 3000㏄ 이하·엔진출력 132PS/rpm 이하 소형차량 5만7000여대 △배기량 3000~1만1000㏄·엔진출력 235PS/rpm 이하 중형차량 3만7500여대 △배기량 1만1000~1만7000㏄·엔진출력 240~460PS/rpm 대형차량 4400여대 등에 DPF를 장착했다.


A업체의 가짜 대형 DPF필터 장착 관련 분석 자료. 주영민 기자

대형 차량 중 23% 가짜필터 이력…전체 2만대서 가짜필터 장착 추정

CBS노컷뉴스는 A업체가 DPF를 장착한 차량 가운데 배기량 1만1000~1만7000㏄, 엔진출력 240~460PS/rpm에 해당하는 대형필터 장착 차량의 필터 청소 이력을 전수 분석했다. 이 업체의 대형차량의 필터는 구형 2220대, 신형 2207대로 분류된다.
 
분석 결과 이 업체가 가짜 대형 DPF를 장착한 차량은 구형 746대, 신형 272대였다. 같은 차량에 여러 차례 가짜필터를 교체한 이력을 포함해 이 업체가 가짜 필터를 장착한 횟수는 구형 1369회, 신형 339회였다. 일부 차량에서는 가짜 필터를 장착한 뒤 필터 청소를 하지 않고 보조금만 받은 사례도 발견됐다.
 
전체 대형 DPF 장착 차량 4427대 가운데 가짜필터 장착이 있는 이력 차량은 모두 1018대로 전체 대형 차량 대비 23%를 차지했다. A업체가 DPF를 장착한 대형차량 10대 가운데 적어도 2대는 가짜필터를 단 차량이라는 의미다. A업체가 계약한 대형 DPF차량은 전체 차량 대비 4.4%에 불과하다. 이같은 통계를 확대하면 A업체가 그동안 가짜필터를 장착한 차량은 2만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차량 가운데 가짜 DPF필터를 장착한 차량은 주로 레미콘차량으로 모두 382대로 집계됐다. 가짜 DPF필터를 장착한 대형차량 가운데 40%에 해당한다.


A업체 필터 청소 관련 협력사의 작업지시서. 가짜필터인 재생필터와 N필터 등을 지참하라는 문구가 나온다. 독자 제공

경찰버스·지자체 청소차·선로보수차량 등에도 가짜필터 장착

A업체가 가짜 필터를 장착한 이력이 있는 차량 가운데 소유주가 경찰이나 지자체, 코레일, 인천국제공항 등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인 곳도 포함됐다. 경찰의 경우 승합차와 버스, 트럭 등 모두 22대의 차량이 가짜필터를 장착했다.
 
각 시·군·구 소속 차량도 대형트럭, 살수차, 청소차, 승합차 등 190대의 차량에서 가짜 필터 장착이 발견됐다. 이밖에도 코레일 선로보수차량, 공항 터그카(화물컨테이너를 끌고 가는 차량) 등에 가짜필터가 부착된 이력이 있었다.


A업체의 내부전산자료 모습. 위 사진은 지난해 말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최근 모습이다. 지난해 말까지는 'N필터'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최근에는 '필터'로 표현이 바뀌었다. 독자 제공

취재 시작되자 내부전산 자료 수정 정황도

A업체는 CBS노컷뉴스의 취재가 시작된 지난해말 쯤부터 업체 내 내부전산 자료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 내 가짜필터를 표시하는 필터 고유번호를 제외한 가짜필터 관련 기록들이 대부분 수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 수정은 가짜필터를 나타내는 'N필터'를 '필터'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고, 파손된 필터인 재생필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인천남동경찰서는 지난 23일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업체의 본사 사무실과 공장, 필터 청소 하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련기사:[단독]"차 주인에겐 쉿!"…매연차량 '2만대' 날개 달았다)
 
A업체는 필터 청소를 요청한 DPF 장착 차량에 가짜필터를 교환하는 수법으로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을 저해하고, 정부에는 정품 필터를 장착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업체의 본사 사무실과 필터 제조공장, 창고, 필터청소 관련 협력사 등을 압수수색해 이들이 제조한 가짜 필터와 관련 전산 자료, 차량 장착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 노컷뉴스는 N필터가 매연저감장치로써 성능인증을 받은 필터인지, 가짜필터 장착 의혹 등에 대한 입장 등을 듣기 위해 A업체에 연락했지만, 업체 측은 "최근 경찰 압수수색 등으로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 며칠 뒤 입장을 내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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