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꼭대기에서 떨어진 檢인사…'경수정검' 실패

연합뉴스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시도했던 '경수정검'(경찰 수사 정점에 검찰)이 하루 만에 끝나버렸다.

정 신임 본부장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먼저 저희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수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며 "저희 가족 모두는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사의를 표했다.

대통령실은 정 본부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면서 "사표는 수리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 최고의 수사 조직인 국수본의 수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발생한 일이다.

정 본부장은 1995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다.  

2001년부터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인천지검 특수부장,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등을 지내고 2020년 법무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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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맡아 함께 근무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또 2017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이른바 '돈 봉투' 사건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인물로도 알려졌다.

전날 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수사 전문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허나 세간에는 검찰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측근이 경찰의 최고 수사조직의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이 '경수정검'이 곧 검찰의 경찰 장악의 '화룡점정'이 될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경찰국 신설과 이를 반대한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보복 인사 논란,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에 이르기까지 대장정의 획을 긋는 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정 본부장 아들이 과거 2017년 유명 사립고 재학시절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것과 당시 검찰에 있던 정 본부장이 가처분 신청까지 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이른바 검찰의 경찰 장악 시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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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다시 새 후임자 물색에 나설 예정이지만, 국수본부장은 당분간 공석이 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후임자 추천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다만, 이런 사례가 처음이어서 관련 법령 검토와 관계 부처 의견 청취 등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전날 공식적으로 임명이 됐지만, 임기 시작은 오는 26일부터였다. 아직 임명장조차 받지 않은 상태다.

경찰청은 인사검증 실패와 관련해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이어서 검증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후임자 추천시에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 더욱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인선은 기본적으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1차 인사검증을 했다. 다만, 경찰도 필요에 따라 일부 검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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