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게 평화를"…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연대의 힘

[러-우크라 전쟁 1년 기획⑦]
한국으로 온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전쟁 트라우마'로 아파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멀리서도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재한우크라이나인들…"Ukraine, Stay strong!"
'국적 불문' 거리에 나와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

한국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인 다샤와 빅토리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본사 인근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美무능, 中묵인, 푸틴이 지른 우크라전 1년…전세계 고통 가중
②우크라이나 전쟁 후 펼쳐질 '新 국제질서'의 모습은?
③전쟁이 쏘아올린 에너지난·식량 위기, 세계 경제를 흔들다
④우-러 전쟁 1년에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강화…우리 부담 커졌다
⑤'저쪽'에서의 전쟁, 미국의 손익 계산
⑥"우크라는 대만의 미래다"…중국이 러시아를 편드는 이유
⑦"우크라이나에게 평화를"…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연대의 힘
(끝)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던 지난해 2월 26일, 한국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평화집회'가 처음 열렸다. 이로부터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전쟁도,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러-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우크라이나 난민, 재한우크라이나인, 러시아 반전운동가 등 전쟁 당사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성별, 국적, 배경 등을 떠나 한결같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떠나왔지만,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은 당시 경험했던 전쟁의 참상, 미사일 폭격 소리 등을 잊지 못한 채 '전쟁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었다.
 
한국에서 6개월째 피란생활을 하고 있는 빅토리아(21)는 전쟁 직후 키이우를 탈출해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을 피해 다녔던 시절을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빅토리아는 "한국에서도 비행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크라이나에서 들었던 미사일 소리가 생각난다"며 여전히 심리적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피난민 다샤(34)는 키이우 인근 부처시에서 경찰로 근무하던 친구가 보내준 사진과 영상들의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해당 사진과 영상에는 러시아 군대로부터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을 만난 다샤는 울먹이며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한국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인 다샤와 빅토리아가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국에 있으면서도 고국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재한우크라이나인들의 노력도 일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광주 고려인마을 새날학교 교사 안드레이(39)가 전쟁 직후 올렸던 페이스북 글은 광주 지역사회가 직접 나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
 
안드레이는 "러시아 미사일이 군시설이 아니라 민간시설까지 폭격하자 갑자기 정신을 차리게 됐다"며 글을 작성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게시물이 널리 퍼져 호응을 얻자, 광주시청 등 지자체가 발벗고 나서 1억 5천여만 원의 후원금을 모아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전달했다.
 
광주 고려인마을도 전쟁 이후 한국으로 피난 온 875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안드레이 페이스북 캡처

한국정교회 로만 카브착 신부는 국제단체와 협력해 병원, 주거지 등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필요한 시설들을 설치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군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긴급구호연대'에서 활동하며 이들의 치료도 지원한다.
 
로만 신부는 "우크라이나 드니로프에 날마다 1천명 가까운 피란민들이 오는데, 러시아가 전기·통신시설들을 모두 폭격해 전기가 끊긴 상황"이라며 "해당 시설을 복원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우크라이나인이 아니더라도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세계 곳곳의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도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평화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우크라이나인 뿐 아니라 한국인, 러시아인, 이란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시민들이 모였다.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형욱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노란 해바라기꽃을 든 채 "우크라이나에게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기자회견 도중에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추모하며 들고있던 해바라기꽃을 헌화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재한이란인 박씨마 목사는 "이란은 러시아에게 전쟁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이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정부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날(2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러시아 반전운동가 알렉산드라(27)는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반전 시위에 동참하고 적극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현해야 한다"며 "전쟁 1주년이기 때문에 러시아 대사관 근처로 가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반전운동가 알렉산드라가 피켓을 든 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꾸준히 반전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러시아인 스타니슬라브(41)는 "더 이상 러시아인들이 살인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도 독재자도, 전쟁도 없는 세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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