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美무능, 中묵인, 푸틴이 지른 우크라전 1년…전세계 고통 가중 ②우크라이나 전쟁 후 펼쳐질 '新 국제질서'의 모습은? ③전쟁이 쏘아올린 에너지난·식량 위기, 세계 경제를 흔들다 ④우-러 전쟁 1년에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강화…우리 부담 커졌다 ⑤'저쪽'에서의 전쟁, 미국의 손익계산서 ⑥"우크라는 대만의 미래다"…중국이 러시아를 편드는 이유 (계속) |
단기간에 끝날줄 알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1년을 넘겼다. 장기전에 들어가며 양국 모두 우군의 지원이 절실한 가운데 러시아가 기댈 곳은 단연 중국이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다 독립한 우크라이나와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원래 우리 영토라며 침공한 러시아. 그리고 국공내전에 패배한 국민당 세력이 본토를 떠나 세운 대만과 그래서 '우리는 하나'라며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바로 대만의 미래"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다 미국 주도로 중국에 대한 서방세력의 견제가 날로 거세지며 이에 대항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이어지고 있다.
러-우크라 전쟁은 대만 합병을 준비할 최고의 교보재
중국 국방 싱크탱크 위안왕의 저우천밍 연구원은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군 지휘관들은 매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위성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나 극초음속 무기 같은 첨단 장비가 실제 전장에 배치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면서 중국군과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모두 구소련 설계에 기반한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두 나라와 같은 계열의 무기체제를 사용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현대전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최고의 교보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다 정확한 시점을 못박을 수는 없지만 대만 합병은 중국 입장에서는 언젠가 실현해야할 목표라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흐름을 정확히 간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열린 20차 당대회 개막연설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무력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선택항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군사 전문가 루리시는 이에 대해 "중국은 일반적으로 2주 안에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만약 이에 실패하면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재앙적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력 보다 중요한 인지전…중국이 믿을 건 러시아
현대전과 무기체제에 대한 정밀한 분석, 그리고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강력한 화력 등을 바탕으로 상대방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더라도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부분이 바로 '인지전'(Cognitive War)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현재의 러시아와 등질수 없는 상황이다.
루리시는 "우크라이나가 광범위한 국제적 지원을 얻은 한가지 이유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겸손함과 뛰어난 소통, 스토리텔링 기술"이라며 "인지전의 면에서 중국은 군사적 행동을 결정할 경우 대만인들뿐만 아니라 역내 모든 나라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EU 등 서방세력은 중국에 강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다시말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서방세력이 연합해 대만을 지원할 것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이나 유력한 차기인 라이칭더 민진당 주석 등 대만 지도부 역시 젤렌스키와 마찬가지로 이런 서방세력에 호소하는 인지전을 펼 것으로 전망되는데, 역으로 중국이 서방세력에 대항해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러시아 외에 딱히 없다.
이는 러시아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으로, 시진핑 주석의 방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국무위원을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며 러브콜을 쏟아냈다.
싼값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대러 수출도 늘어 '이득'
대만 문제와 관련된 안보 이슈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전쟁이 중국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나라의 전쟁으로 에너지 부국인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원유 공급이 막히자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고, 이는 가뜩이나 전세계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값에 수입하며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1일 데이터인공지능업체 케이플러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달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유입된 원유와 연료유는 일평균 166만배럴로 지난 2020년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전쟁 이후 서방세력의 제재로 수출 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는 대폭 할인된 가격에 중국과 인도로 향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의 올해 1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지난 1년 동안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관리 목표치인 3%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8%에 달했다.
중국 기업들 역시 이득을 보고 있다. 중국 매체 '21세기 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태양광 설비 생산액은 1조 4천억 위안(약 264조 7,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기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늘린 탓이다.
여기다 각국의 대러시아 수출이 크게 감소한 반면 중국의 대러 수출은 전쟁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대러 수출은 12.8% 증가했는데, 특히 자동차·부품의 증가기여율이 21.6%에 달했다. 반면 한국의 대러 수출은 36.6% 감소했는데, 자동차‧부품의 감소기여율이 70.4%를 차지했다.
지난 3년간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던 중국이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간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쟁은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수출 증가에 따른 경제활성화 효과까지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미묘한 기류변화…종전 압박하는 중국 속내는?
그렇다면 이런 안보.경제적인 이득으로 인해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원할까? 전쟁이 장기화 되자 최근들어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읽힌다.
중국 정부는 전쟁 1주년을 맞은 24일 성명을 발표했는데 '일방적인 제재를 중단하라'며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도 '직접 대화 재개', '포괄적인 휴전에 도달', '전후 재건 촉진' 등을 언급하며 종전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을 오는 4월, 또는 5월로 예상되는 러시아 방문에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종전을 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현 상황에서 중국의 안보와 경제에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장기화 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중국에 대한 서방의 불신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SCMP도 "(이 전쟁은) 중국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러시아가 명백히 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및 서방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망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합병이라는 이슈로만 한정한다면 우군으로서 러시아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서방세력과의 단절 혹은 고립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안보와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도 뒷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