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에 녹는 거래빙하…커지는 대출규제 추가완화 목소리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황진환 기자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며 '부동산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금리인상 진정 분위기 속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저 3%대의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까지 출시되면서 수도권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추가 대출 규제 완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최대 이점은 연소득 등을 바탕으로 대출가능금액을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면제가 꼽히는데,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대출 규제 추가 완화를 통한 거래 정상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경우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 증가라는 부작용이 있는만큼 정부가 어떤 선택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중저가 주택 밀집지역 거래량 껑충…중저가 주택 매매비중도 올라


2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6647건(2월 15일 조사,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서울(1220건)과 인천(1163건)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매매 거래건수가 1천건을 돌파했고, 경기(4264건)는 4천건을 돌파했다. 1월 계약분에 대한 신고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아직 남아있어 거래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수도권 거래는 거래량 급증은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매계약 5건 중 3건(62.8%)이 3억 초과~9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였다.

최근 서울과 경기, 인천의 거래량 급증 지역도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호갱노노에 따르면 24일 기준 인천 연수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1%가 늘었고, 경기 성남 수정구는 237.5% 급증했다. 서울 도봉구(156.3%)와 인천 서구(87.4%), 경기 수원 영통구(82.2%) 등도 최근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시장에서는 1월 수도권 거래량 개선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규제 완화가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대책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지난해 12월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비규제지역은 LTV 70% 등 대출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부터 운영이 본격화된 '특례보금자리론'은 2월 거래량 증가와 향후 시장 연착류의 '1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 대상으로 소득을 따지지 않고 최저 연 3.25%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고정금리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LTV은 최대 70%, 총부채상환비율(DTI) 최대 60% 내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하지 않는점이 최대 매력으로 꼽힌다. DSR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DSR 적용시보다 대출 가능금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은 출시 19일 만에 1년간 공급 목표(39조6000억원) 3분의 1을 넘어섰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7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 누적 신청액은 14조5011억원(6만3491건)으로 집계됐다. 신청건 중 58%(3만6786건)는 신규주택구입 목적으로 기존대출상환과 임차보증금반환 목적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주택에 대한 수요와 그에 따른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제도 추가 개선 필요"…"거래 활성화-가계부채 관리, 선택의 문제"


대출 규제 완화가 거래량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추가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실수요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직방'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장 참여자들은 'LTV‧DSR 등 대출 제도 개선'을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추가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았다. 추가로 필요한 정책에 대해 유주택자는 대출 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무주택자는 서민주거 안정책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무주택자 역시 대출 제도 개선을 2번째로 많이 선택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시행이 중저가 주택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을 일찌감치 예상한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 대출 규제 완화가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 연착륙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가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거래 활성화'와 '가계부채 관리' 중 정부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지에 따라서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신한은행 WM사업부 우병탁 팀장은 "시장에서 금리인상 리스크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아직까지는 금리수준이 높고 규제를 더 풀어준다고 해도 금융권에서 재정건전성을 위해 자구적으로 가계대출을 통제할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 완화로 하락세인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세로 반전할 우려도 높지는 않아보이는 만큼 대출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서 집을 살 사람은 사고 임대차 거래도 함께 이뤄지게 해 거래량 증가를 촉구하며 정책적인 목표로 삼은 시장 연착륙을 꾀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를 풀면 가계대출 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자산 가격붕괴가 실물시장의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관련 규제를 좀 더 푸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가계부채 관리는 거시경제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차주별 상환능력 범위에서 대출을 해준다는 DSR의 도입 취지에도 공감한다"며 "큰 틀에서 이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LTV나 DSR 산정시 감안하는 항목을 미세조정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담보 대출은 가장 안전한 대출이기 때문에 담보권에 대한 판단을 다른 대출과는 다르게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현재는 DSR 산정시 부동산 담보대출과 다른 대출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는데 대출 종류별 특성을 감안해 대출 규제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 추가 완화 여부는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며 "규제를 더 풀면 거래량은 늘겠지만 가계 부채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거래활성화와 가계부채관리 중 정책당국이 무게를 둘 부분을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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