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스크린과 현실 경계 허무는 공포 '마루이 비디오'

영화 '마루이 비디오'(감독 윤준형)

영화 '마루이 비디오' 스틸컷. 마루이유한회사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사람들을 공포와 혼란에 빠뜨리며 '인터넷 괴담'이 됐던 '목두기 비디오'를 통해 '페이크 다큐멘터리'(연출된 상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하는 것)를 성공적으로 국내에 선보인 윤준형 감독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에 세워놓고 공포를 떨게 할 예정이다.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마루이 비디오'의 이야기다.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영상 중 그 수위가 높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영상물 '마루이 비디오'. 검찰청 지하 보관소에 봉인된 비디오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서현우)는 이를 입수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하고, 후배 홍은희 기자(조민경)와 함께 취재에 나선다.
 
영상 속에 담긴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과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이 연관이 있음을 알고 취재를 계속하지만, 홍은희 기자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등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마루이 비디오' 스틸컷. 마루이유한회사 제공
'마루이 비디오'는 2003년 경찰은 물론 언론사까지 발칵 뒤집었던 한국 최초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목두기 비디오'의 윤준형 감독이 20년 만에 연출한 파운드 푸티지 호러다.
 
윤 감독이 우연히 숲에서 들리는 '아버지'라는 의문의 소리를 추적하는 해외 공포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든 '목두기 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실제 사건으로 오해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경찰 조사는 물론 언론사 취재, SBS '백만불 미스터리'에 제보되는 등 해프닝을 겪었다. 입소문을 탄 '목두기 비디오'는 극장에 역 개봉하는 것은 물론 다수 영화제에 초청까지 받았다.
 
살인사건 전담 기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출발해 장편 리부트로 탄생한 '마루이 비디오'라는 제목은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폭력적이고 잔인함의 수위가 높아 절대 공개될 수 없는 영상을 일컫는 은어로,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丸秘/マル秘)'에서 파생된 단어다. 제목의 의미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감춰져 있던 잔혹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사건 현장에 찾아가 현장의 소리와 인물 등을 엮은 방송 형식)가 결합한 형태로 그려낸다.
 
영화 '마루이 비디오' 스틸컷. 마루이유한회사 제공
이처럼 '파운드 푸티지'(자신이 찍지 않은 푸티지를 편집해 새롭게 만든 영화 작품을 이르는 말로, 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푸티지)을 발견해(Found) 다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라는 말처럼 연출된 상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하는 페이크 다큐의 일종이다. 그렇기에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얼마만큼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줄 수 있느냐, 즉 스크린과 현실 사이 경계를 지우느냐가 핵심이다.
 
영화는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봉인된 '동성장 살인사건'의 증거물 영상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가 취재에 나서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듯한 연출 화면을 바탕으로 나아간다.
 
여기에 살인사건, 폐가, 정체불명의 형체, 미스터리한 단서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려고 한다. 일반 카메라, CCTV, 블랙박스, 웹캠 등 다양한 카메라를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푸티지의 느낌을 전하는 것은 물론 다각도로 취재팀의 공포를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다.
 
기본 골격을 정한 '마루이 비디오'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충실히 재현하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무언가 끔찍한 것이 담긴 비디오를 열어보니 사람들이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리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취재진에게 닥쳐오는 알 수 없는 위기들이 이어진다.
 
파운드 푸티지에 오컬트 장르까지 더한 영화인만큼 귀신과 무당이 빠질 수 없다. 이상 현상을 파헤치기 위해 무속인의 도움을 받고 굿판을 벌이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랑종'에서도 봤듯이 이러한 장르의 정석이 된 것처럼 동물 살해 장면이 등장하고, 결말에 다다라서는 핸드헬드 방식의 어지러운 카메라 워크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핏빛 결말이 펼쳐진다.
 
영화 '마루이 비디오' 스틸컷. 마루이유한회사 제공
이처럼 정석적으로 파운드 푸티지의 모든 걸 따라가되 특별한 무언가는 없다. 오히려 현실감, 진짜 같은 감각이 주는 공포나 긴장감, 신선함은 '목두기 비디오'가 더 우위에 있다. '목두기 비디오'도 '목두기 비디오'지만, '마루이 비디오'는 호러의 요소를 담고는 있으나 미스터리 스릴러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강렬한 호러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또한 동일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지닌 '랑종' 등과의 비교나 감독의 작품 '목두기 비디오'와의 유사성에 대한 의문 역시 '마루이 비디오'가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실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기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김수찬 PD의 취재원들로 나오는 배우들은 이러한 파운드 푸티지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감독은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리얼한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무명이거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했다.
 
또한 촬영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타가 된 서현우를 비롯해 독립 영화계의 라이징 스타 조민경은 각자의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서현우는 PD로 변신해 대본 없이 진짜 PD가 된 것처럼 극을 이끌었으며, 조민경은 실감 나는 빙의 연기를 통해 영화에 공포감을 더한다.
 
87분 상영, 2월 22일 CGV 단독 개봉, 15세 관람가.

영화 '마루이 비디오' 포스터. 마루이유한회사 제공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