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5라운드 맞대결이 열린 18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 이날 여오현은 역대 V리그 최초 정규 리그 600경기 출전에 단 1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경기 전 여오현의 출전 여부에 대해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다. 기록을 위해 경기에 나서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자칫 팀의 패배로 여오현의 대기록이 빛을 바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후배인 박경민이 주전 리베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여오현의 출전은 불발됐다. 이에 최 감독은 "오늘 (박)경민이가 너무 좋았다.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KB손해보험전 승리가 절실했다. 당시 18승 10패 승점 55(2위)로 1위 대한항공(승점 59)을 4점 차로 쫓고 있었다. 최 감독 입장에선 베테랑에 대한 예우도 중요했지만 팀의 선두 도약을 이끄는 것이 급선무였다.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의 냉철한 판단과 선수들의 투혼을 통해 KB손해보험을 상대로 값진 승점 3을 수확했다. 1위 대한항공과 격차를 1로 바짝 좁히면서 선두로 올라설 기회를 맞았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그날이 올 것 같다"면서 역전 우승을 향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여오현의 대기록 달성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홈에서 (대기록 달성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오현이 홈 팬들 앞에서 대기록 달성을 축하받길 바랐다.
19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여오현은 홍익대를 졸업한 후 프로 리그 출범 이전인 2000년 삼성화재에 처음 입단했다. 이후 2005년 V리그 출범과 함께 프로 생활을 시작해 12-13시즌까지 9시즌 동안 삼성화재에 몸담았고, 13-14시즌 현 소속팀인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뒤 지금까지 10번의 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리베로로 활약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화재 시절 5번의 정규 리그 1위(06-07, 07-08, 09-10, 11-12, 12-13)와 현 소속팀 현대캐피탈에서의 2번의 정규 리그 1위(15-16, 17-18)를 합쳐 총 7번의 정규 리그 1위를 거머쥐었다. 이는 역대 남자부 V리그 선수들 가운데 8번의 정규 리그 1위를 달성한 대한항공 유광우 다음으로,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과 공동 2위 기록이다.
또 삼성화재 시절 7번의 챔프전 우승(2005, 07-08, 08-09, 09-10, 10-11, 11-12, 12-13)에 더해 현캐캐피탈에서 16-17시즌과 18-19시즌 2번의 챔프전 우승으로 총 9번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역대 남자부 V리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챔프전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09-10시즌 V리그 역대 1호 수비 5000개, 15-16시즌 역대 1호 수비 1만 개 기준 기록을 달성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2005년 V-리그 첫 리베로상을 시작으로 05-06시즌, 06-07시즌, 09-10시즌 V리그 수비상을 수상했다. 13-14시즌에는 올스타 MVP, 14-15시즌과 15-16시즌에는 V리그 베스트7(리베로)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40대를 훌쩍 넘긴 불혹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리시브 효율 52.72%를 기록하며 쟁쟁한 리베로 후배들을 제치고 남자부 리시브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리시브 효율 50%를 넘는 선수는 여오현이 유일하다.
현대캐피탈은 21일 우리카드와 5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승리할 경우 22일 열릴 대한항공-OK금융그룹전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에 여오현의 대기록 달성까지 겹경사를 앞두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이날 홈 팬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