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참금' 5천만원에 16살 딸 결혼강요…도망가자 남편이 납치

거액 요구에 파혼·결혼 기피…당국 근절 캠페인·단속 나서

연합뉴스

부모가 5천만 원을 받고 미성년 딸을 생면부지 남성과 결혼시키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결혼 지참금 관습인 차이리(彩禮)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쓰촨성의 한 부모는 한 남성에게 26만 위안(약 4천900만 원)의 차이리를 받고 16살 딸 '샤오쿠'를 시집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샤오쿠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과 결혼하라는 부모의 강요에서 벗어나기 위해 광둥으로 달아나 공장의 생산직으로 취업했다.

차이리를 건넨 남성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그녀가 일하는 공장까지 찾아와 강제로 차에 태웠고,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휴게소에서 구조 요청을 해 경찰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현지 민정국과 여성연합회는 그녀의 가족을 불러 설득한 뒤 샤오쿠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누리꾼들은 "돈이 탐나 딸을 팔아넘기려 한 행위로 명백한 인신매매"라며 "부모와 해당 남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차이리는 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측에 주는 지참금이다.

딸을 잘 키워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미풍양속이었으나 신부 측이 거액을 요구해 파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결혼을 꺼리는 풍조까지 확산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8일 지린성 바이청에서 한 예비부부의 결혼식이 차이리 문제로 당일 취소됐다.

신랑은 애초 30만 위안(약 5천700만 원)의 차이리를 약속했으나 집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려 했던 계획이 호텔에서 치르자는 신부 측 요구로 어긋나자 25만 위안만 건네려 했고, 신부 측이 이를 거부해 파혼으로 치달았다.

작년 초에는 딸의 남자친구가 차이리 50만 위안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아버지의 영상이 웨이보에 올라 논란이 됐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공공관리인력자원연구소가 2000년 이후 결혼한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가 차이리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둥은 89%에 달했다.

통상 10만 위안(약 1천886만 원) 이하로, 전국 평균 7만 위안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저장성에서는 평균 22만 위안에 달했다.

주로 현금이나 통장으로 주지만, 보석, 부동산, 자동차 등을 건네기도 한다.

차이리 액수는 신부 측 부모가 정하고, 차이리의 30%만 신혼부부의 살림 밑천으로 건네고 나머지는 신부 측 가족이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이리 문제는 주로 남아 선호사상으로 여성이 부족한 농촌에서 발생하는데 농촌 가구의 평균 소득을 고려하면 차이리를 모으기 위해 평균 5년 이상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을 하려는 남성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남성의 절반은 차이리를 없애야 할 악습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63%의 여성은 결혼을 원하는 남성의 성의 표시라며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한 가정의 40% 이상이 결혼 과정에서 차이리로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2021년 중국에서 764만여 쌍이 결혼해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00만 쌍을 밑돈 건 2002년(786만 쌍)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올해 '1호 문건'에서 거액을 요구하는 잘못된 차이리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호 문건은 중국 지도부가 그해 추진할 최우선 정책 과제를 담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차이리가 중국의 사회적 문제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인구 감소와 저출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젊은 층의 결혼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습' 척결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정부들도 차이리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고액 차이리 단속에 나섰다.

쓰촨성 량산주는 최근 상한선인 10만위안을 초과한 차이리를 주고받은 528건을 적발, 7천10만위안(약 132억원)을 돌려주도록 바로잡았다고 발표했고, 간쑤성 딩시는 작년 6월부터 차이리 상한선을 5만위안(약 943만원)에서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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