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20년 내공 빛난 김유정…'셰익스피어 인 러브'

쇼노트 제공
"티켓값이 아깝지 않네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본 관객의 반응이 호평 일색이다. 공연계의 '티켓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 티켓값이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고가(OP석·1층석 기준 11만 원)로 책정된 탓에 팬들 사이에서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개막 후에는 납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유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 160분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극이 재미있었다. 곳곳에 포진한 유머 덕에 객석에서는 자주 웃음이 터졌다.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가운데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감동도 스며있었다.

1998년 개봉한 동명 영화(1999년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가 원작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극중 배경은 1593년 영국 런던. 열정을 잃은 가난한 신인 작가 '윌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뮤즈인 '비올라'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영감을 받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부호의 딸인 비올라는 당시 여성에게는 금기시됐던 연극배우를 꿈꾸며 노력하는 여성이지만, 귀족 웨섹스 경과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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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상상으로 빚어낸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극중극 형태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묘미다. 발코니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침실 장면 등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표 장면이 펼쳐진다. 동시대 감성에 맞게 비올라를 자신의 꿈을 위해 남장을 하고 연극 오디션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당찬 여성으로 그린 점도 눈에 띈다.

공연은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 이야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꿈을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극을 만들고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무대로 옮긴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무대극만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넓고 깊은 무대를 활용한 세트와 무대장치가 인상적이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승강무대와 360도 회전무대가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쉴 새 없이 전환되는 덕분에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다. 액터뮤지션의 신명나는 라이브 연주와 노래, 안무도 흥을 돋우는 요소다.

제작사 쇼노트의 송한샘 프로듀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명 '응접실 연극'(세트나 무대 전환 없이 대부분의 장면을 앉아서 연기)과 달리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출연배우 22명이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연극하는 사람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연배우들의 하모니가 좋다. 특히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 김유정의 20년 연기 내공이 단연 빛난다. 채수빈, 정소민과 함께 비올라를 연기한 김유정은 비올라와 줄리엣을 바삐 오가지만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셰익스피어 역은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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