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공분·정부 압박에…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재검토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산업부 김수영 기자

[앵커]
대한항공이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개편이 아닌 개악(改惡)'이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단거리 이용시 혜택'이라고 응수하더니 돌연 입장을 바꾼건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 항공산업 취재하고 있는 김수영 기자에게 들어보시죠. 김 기자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은 무산 된건가요?

[기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과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마일리지 개편을 예정했던 4월 1일자로 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위깁니다. 그래서 제도 개편을 유예하고 새로운 마일리지 개편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앞서 발표한 개편안은 '항공권 발권시 필요한 마일리지가 늘어나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죠?

[기자]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지역별로 구분됐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운항거리별로 나뉘어서 세분화하기로 했는데, 장거리 항공권 발권과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온겁니다.

[앵커]
필요한 마일리지가 얼마나 늘어나게 되는 건가요?

[기자]
인천에서 뉴욕까지 편도 항공권을 발권할때 필요한 마일리지를 예로 설명드려볼게요. 편도 기준 뉴욕행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발권했을때 현재 기준으로는 이코노미석 3만5천마일, 프레스티지석 6만2500마일, 일등석 8만마일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개편안이 적용되면 이코노미석은 4만5천마일, 프레스티지석은 9만마일, 일등석은 13만5000마일이 필요합니다. 일등석을 타고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마일리지로 발권하려면 종전보다 2배 이상의 마일리지가 필요한거죠.

[앵커]
장거리 항공권 발권 때 필요한 마일리지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해주셨는데 단거리 항공권 발권때는 어떤가요?

[기자]
인천에서 일본 샷포로까지 편도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발권하려고 한다면 현재는 1만5천마일이 필요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필요한 마일리지는 250마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하노이까지 가는 편도 노선도 기존 2만마일에서 1만7500마일로 필요한 마일리지가 줄어들어요.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은 "제도 개편으로 중단거리 마일리지 항공권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회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이나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 등 대체 항공편이 많은데 미국이나 유럽은 대체 항공편 수가 적잖아요.

[기자]
황진환 기자

대한항공이 2019년 12월 마일리지 개편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소비자들이 지적한 부분이 앵커가 말한 바로 그 부분 입니다. 사실상 독점구간인 장거리 노선의 공제율을 높이고 경쟁이 치열한 중단거리 노선의 공제율을 낮춘 것은 '개악'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2월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승객은 74만8천여명으로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 승객수(65만9996명)보다 10만명 가까이 많았고요. 특히 지난 1월 인천에서 일본을 오간 국적기 10대 중 7대(4742편 중 3351편)은 저비용항공사였습니다. 중단거리 노선 마일리지 공제율 인하는 '등 떠밀린 개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마일리지로 발권 가능한 항공권 숫자가 매우 적은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 항공권 중 5% 이하가 마일리지로 발권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마일리지를 '쓰려고 모은 것이 아니라 못 써서 쌓인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아까 잠깐 설명해주셨지만 개편안에 대해 대한항공은 계속 "중단거리 노선 이용자들에게는 이익"이라고 해명해왔는데 개편안 시행이 연기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주된 배경으로 꼽힙니다. 앞서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2차관과 장관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좌석 비중 확대와 장거리 노선에 마일리지 특별 전세기를 한시적으로 운항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는데요. 정치권에서는 '부족하다'며 압박수위를 높여왔습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의 말 들어보시죠.
"소비자 반발이 있자 대한항공은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의 시행 시기를 2~3개월 늦추고 올해에 한해 마일리지 특별 전세기를 띄운다고 하지만 이는 조삼모사의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박종민 기자

원희룡 장관도 날선 표현으로 연일 대한항공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 고용유지지원금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 금융을 통해서 생존을, 국민 성원 속에서 이어온 거기 때문에 코로나 회복기에 폭발적인 항공 수요가 왔을 때 자신들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만…국민 고객에게 '코로나 동안 살아남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는 정말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 망정 '이게 국민에게 더 유리한 것'이라고 국민에게 가르치는 자세로까지 나온다? 저는 자세가 근본에서부터 틀려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소비자들의 불만에는 '중장거리 노선 이용자에게는 유리하다'고 응수하더니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자 등 떠밀려서 개편안 재검토에 착수한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제율 변경 외에도 대한항공은 변경된 공제율을 과거 적립한 마일리지에도 소급적용하겠다고 했는데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을 발표한 뒤 소비자 1834명은  '소급 적용은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 청구를 제기한 상탭니다. 공정위는 심결례와 마일리지 관련 판례 등을 참고해서 약관의 공정성을 심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4월 이전까지 약관 공정성 문제를 면밀히 살피는 상태"라며 다음달 중 관련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공정위가 개편안이 불공정 약관이라는 결론을 내릴 경우 대한항공은 소급적용 문제도 해결해야하는 과제로 떠안게 됩니다.

[앵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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