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조 98% 회계자료 제출…자주성 훼손 말라"

'노조 회계 투명성' 논란 제기한 정부, '입맛대로 자료 내지 않았다'며 추가 조사 압박
민주노총 "제출 대상 노조 61곳 중 60곳에서 점검 결과 이미 제출" 반박
'속지 제출' 등 추가 요구에는 "노조법 넘어선 월권 행위…노조 자주성 침해 시도" 비판

2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노조활동 부당개입, 노조탄압 규탄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최근 정부의 노조 회계자료 제출 요구 및 조사 방침에 대해 "노조탄압을 위해 노조법마저 훼손하고 있다"며 강력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자율점검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민주노총) 노조 61곳 중 60곳(98.3%)이 자율점검결과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노조법 제14조와 제27조에 근거해 민주노총 등 조합원이 1천 명 이상인 노조 327곳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 요구에 맞게 자료를 제출한 노조는 120곳(36.7%)에 그쳤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부터 2주간 시정 기간을 운영하고, 이 기간에 자료 제출 또는 소명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자율점검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 61곳 가운데 60곳이 결과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며 "노동부는 '내지 제출'을 문제 삼으며 현장 조사를 운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 정기호 변호사는 "노조법 14조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그 주된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노조 내부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지 행정관청이 관리감독하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속지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 14조를 넘어서는 행정부 월권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노조 내부에서 민원이 발생했다거나 소송이 제기되는 등 행정기관 개입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개입하는 게 타당하다"며 "재정 서류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요구해야지 모든 노조에 재정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은 노조 자주성 침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노조활동 부당개입, 노조탄압 규탄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인격권이 포함된 노동은 종속된 관계에서 이뤄지기에 특별히 노동관계법으로 규율한다'는 원칙이 노조를 향한 총공세를 벌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붕괴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3대 부패' 좌표 찍기는 노조의 자주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운영 결과와 사업 예산, 회계감사 결과를 모두 공표하고 대회 진행을 인터넷으로 공개했다"라며 "민주노총과 소속 노조의 노조법 위반을 문제 삼으려면 불법 증거부터 제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노조 부패를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로 꼽은 바 있다.

민주노총은 "1997년 폐기된 옛 노조법조차 노조가 불법을 행하거나 진정·고소가 있는 경우 등에만 노조에 대한 조사권을 인정했다"라며 "현행 노조법이 조사권을 없애고 노조의 보고 의무만 둔 것도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관계의 특성을 반영한 노조법이 아닌 '질서위반규제법'을 들어 노조에 대한 현장 조사를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라며 "노조 공격을 위해 노조법마저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노총은 정부 지원금이 회계장부 제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거론되는 데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2018~2022년 5년간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노동부와 광역자치단체들로부터 총 152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노조활동 부당개입, '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진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경향신문사 건물, 별관, 인근 노조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보증금인 약 30억원 외에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게 없다"며 "이 역시 노사관계발전법 등에 따라 지원받는 것이고 보증금이기 때문에 빼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조합원이 낸 조합비가 모여 일반 회계가 된다"며 "조합원은 누구든지 열람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는 충실히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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