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자장사'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된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에도 성과급과 임금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타결된 2022년 임단협 협상에서 시중은행들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규모가 전년 대비 확대됐다.
주요 시중은행, 올해 임금·성과급 인상폭 커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늦게 2022년 임단협 협상을 진행한 우리은행은 최근 성과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협상을 마무리했다.
임금 인상률은 기본급 기준 지난해 2.4%에서 올해 3.0%로 인상됐다. 또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꿀머니 200만포인트 지급에도 합의했다. 다만 성과급은 200%대 후반에 잠정 합의했지만 아직 확정 짓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이 확대를 요구하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확정돼야 성과급 지급률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월 예정된 주총에서 정확한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일반직 임금상승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높였다. 신한은행도 임금인상률을 일반직(2.4%→3%)과 리테일 서비스·사무직(3.6%→4%) 모두 높였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임금인상률도 지난해 2.4%에서 올해 3.0%로 인상했다.
성과급 지급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2022년 임단협에서 이익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책정했다. 2021년 임단협에서 기본급의 300%를 지급했던 것보다 50%포인트(p) 많은 액수다.
신한은행은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 361%(현금 300%·우리사주 61%)를 확정했다. NH농협은행은 기본급 400%를 지급한다. 전년도에 각각 기본급의 300%(현금 250%·우리사주 50%), 350%를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커졌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년에는 기본금의 300%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각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률이 대폭 커지면서 전체 지급규모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는 1조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2017년 1조78억원, 2018년 1조1095억원, 2019년 1조755억원, 2020년 1조564억원, 2021년 1조709억원, 2022년 1조3823억원으로 6년간 줄곧 1조원을 넘어섰다.
임직원 급여총액 6% 늘어나…1인당 1억원 훌쩍 넘어
은행들의 급여와 복리후생비 총액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대 은행이 판매관리비 중 급여 항목으로 지급한 총액은 8조7103억원으로 전년(8조2167억원) 대비 6% 늘었다. 판매관리비 중 급여 항목은 법정퇴직금과 희망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급여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지급한 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2021년 급여 총액은 2조1657억원으로 전년(2조1467억원)보다 0.9%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조5724억원에서 1조6461억원으로 4.7%, 우리은행은 1조6674억원에서 1조7605억원으로 5.6%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2020년 1조2797억원과 1조5503억원에서 2021년 1조5173억원, 1조6205억원으로 각각 18.6%, 4.5% 늘어났다.
임직원 1인당 급여 지급액은 KB국민은행 1억2500만원, 우리은행 1억2300만원, 하나은행 1억1900만원, 신한은행 1억1600만원, NH농협은행 1억원 등이었다.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이 모두 높아진 만큼, 지난해 은행권 급여 총액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점심값·의료비·자녀학자금 등 복리후생비도 '듬뿍'
주요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 늘어난 이익을 임직원 점심값과 의료비 지급액 한도를 늘리는 데도 사용했다. 주요 은행들의 2021년 기준 임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전년 대비 증가했는데, 이자이익을 많이 낸 2022년에도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 이자 수익을 기반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늘어난 이익을 공익에 환원하기보다 내부 임직원들의 상여금이나 복지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복리후생비 지급 규모는 지난 2021년 4036억원으로 전년(3699억원) 대비 9.1% 늘었다. 임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 평균 역시 2020년 487만원에서 2021년 538만원으로 51만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은 이미 자녀 학자금 지원, 휴가 숙박 지원, 가족 의료·건강지원비 혜택 등 임직원에게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5대 은행은 올해에도 2022년 임단협을 통해 복리후생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중식비를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9600원으로 증액했다. 국민은행은 장거리 출퇴근 직원을 위해 톨게이트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1년 임단협 당시 부모님 의료비 지원금 한도를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렸다. NH농협은행도 2021년 임단협에서 만 35세 이상 배우자 검진을 격년에서 매년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