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4월부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로 내보냅니다. 제대로 희석해서 안전한 상태로 내보낸다는데, 아직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여기서 근본적으로 드는 의문. 바다에 오염수를 섞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걸까요? 일본 땅 안에서, 가급적 많은 사람·생물과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왜 바다라는 미지의 영역을 택했느냐는 것이죠.
① 싸요. 쌉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고 있는 물이 오염수입니다. 그때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하루 최대 180톤씩 발생합니다. 이 오염수는 현재까진 1천톤짜리 큰 탱크들에 저장하고 있어요. 지난 12년간 원전 주변에 놓인 탱크는 1천개를 넘어섰죠. 더 이상 탱크를 둘 부지가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말입니다. 그래서 처리해야 한다고요.
여기 담긴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기간도 해양 방류가 91개월로 가장 짧습니다. 반면 수증기 증발은 120개월, 수소산소 방출은 106개월, 지하 매설은 98개월이면 되는데 사후 모니터링에 912개월…. 총 84년이 넘네요.
② '일본 원전 사고'에서 모두의 책임으로
1천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 탱크를 향후 10년 안에 모두 치우게 된다면 일본 정부로선 속이 후련할 겁니다. '원전 사고국'이라는 이미지도 빨리 탈피할 수 있겠죠.
이후 깊은 바닷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태평양 연안국 해양 생태계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이제 일본만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나눠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답답한 건 책임을 지려 해도 제대로 알고 져야 할텐데,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대한 주변국들과의 공동조사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이나 사고로 인한 오염물질이 원만히 처리되지 않는다면, 원전을 신뢰하며 활발히 운영 중인 국가들은 물론이고 IAEA로서도 입장이 난처해지겠구나…넘겨짚어 봅니다.
③ "놀랍지도 않아 연진아"
한숨이 나오는 건 일본 정부의 한결같은 태도와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입니다. 불가피하게 해양 방류를 택할 수밖에 없다면 주변국과 최대한 투명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인류가 불가피하게 원자력이라는 에너지를 택해 사용한 대가를 치르는 일이 비단 일본 만의 사정은 아니니까요. 한국은 물론이고 원전을 운영 중인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점점 더 초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될 겁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태도는 일관적입니다. "위험하지 않다". 심지어 오염수를 희석한 물로 광어를 키워 홍보합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처리된 물은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처리된 오염수는 마셔도 될 정도의 안전성이 있다는 데이터들도 있지만 결과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처리가 되고 있는지, 당장 몇 개월간만이 아니라 십수년에 걸쳐 방류가 되는 내내 '내 눈으로' 지켜볼 수 없다면 어떻게 믿겠습니까.
한국 정부는 2021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발표된 후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했지만 아직도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방류가 '괜찮은' '원만하게 처리된' 선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