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가 물러나고 봄 기운이 싹트는 시간 속에서 대학가들은 저마다 졸업식을 열고 있다. 지난해 그리고 지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졸업생들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30일 3년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완화되면서 찾아온 '노마스크 졸업식'이 한창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16일 서울 소재의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리는 졸업식을 찾았다. 겨울 내내 기승을 부렸던 강추위가 한풀 꺾인 2월, 이날 서울에는 약한 눈발이 흩날렸지만 캠퍼스는 졸업생과 졸업을 축하하는 인파들로 북적이면서 온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졸업사진 촬영 구역, 이른바 '포토존'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구실 탈출일지', '000 공주 졸업 축하해' 등 캠퍼스 곳곳에 재기발랄한 문구들로 졸업생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남색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이 힘껏 학사모를 하늘 높이 던졌을 때 주변에서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학교를 떠난다는 아쉬움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설렘과 기대감이 엿보였다.
지난해 졸업식과 달리 졸업자뿐 아니라 축하를 건네는 이들도 마스크를 벗은 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졸업을 축하해주러 온 이들은 졸업생들을 안아주고 "그동안 수고했다", "졸업을 축하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한 모녀는 함께 찍은 사진이 보며 재미난듯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과 졸업식에 참석한 김지영(25)씨는 "졸업사진을 찍는데 마스크를 끼면 의미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졸업해서 너무 개운하고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감회에 잠겼다.
졸업생들의 손에는 '꽃다발' 대신 '꽃 한송이'가 들려 있었다. '노마스크'로 한껏 즐거워진 졸업식 풍경과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올해 졸업식에는 장미 한 송이, 튤립 2~3송이 등 작은 꽃다발이 유행이었다. 경기 침체에 꽃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하객들이 부담 적은 가격대의 꽃을 선물하는 모습이었다.
아들 졸업식을 찾은 하순애(56, 서울 광진구)씨는 요즘 꽃값이 올라 꽃다발을 사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씨는 노란색, 빨간색 튤립 두 송이를 들고 "졸업식은 한 번이긴 하지만 꽃값이 부담된다"며 "화훼 농가들이 졸업식 시즌에는 싸게 팔아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꽃집 업주들 사이에서도 저렴한 가격대의 꽃다발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씨는 "5만원짜리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엄마들이 오셔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달라고 말한다"며 "한 송이도 괜찮다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졸업식 시즌' 꽃값은 최근 3년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센터가 발표한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되는 절화 1단 금액은 올해 2월 기준 약 665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00원 가량(약 24%) 비싸졌다.
꽃값의 상승은 농가 수와 화훼 재배면적 감소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1년도 화훼 재배현황'에 따르면, 농가 수와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화훼 재배농가는 21년 기준 7009호로 0.8%포인트 감소했고, 재배면적도 4218ha로 1.9%포인트 줄었다.
충남 고흥에서 12년째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안대윤(81)씨도 꽃을 생산하는 비용은 늘어난 반면, 꽃 생산량은 줄어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고 한탄했다. 안씨는 "지금 받는 꽃값의 배 이상을 받아도 타산이 안 맞다"며 "봄이라도 오면 꽃 생산이 늘어서 타산이 맞을까 아주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남과학대학교 최용수 화훼원예과 교수는 "화훼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비가 과거에 비해 2~2.5배 상승했다"며 "화훼 생산이 대부분 기계로 이뤄지다보니 연료비가 상승하면 화훼 생산비 자체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