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전국 대학병원장들이 총출동했다.
연세의료원장인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이 단상에 섰다. 그는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은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과 윤을식 고대안암병원장, 유경하 이화의료원장 신응진 순천향부천병원장 등도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13개 보건의료연대 소속 단체들과 함께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법과 간호법 제정안 철회를 위해 적극 대항할 것"이라며 국회 통과시 대학병원도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간호법은 지난 2005년과 2019년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됐지만 의협 등의 반발로 임기 만료 폐기된 바 있다.
간호사 단체측은 간호법이야말로 의료계의 고질적 'PA간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오후 5시가 되면 퇴근합니다. 퇴근하면서 간호사들에게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주고 처방전을 쓰게 해요. 간호사들은 불법에 내몰리고 있어요. 그렇게 하지 말자는 게 간호법의 취지입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를 개선하자는 내용의 간호법에 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왜 반대하는 걸까.
의협측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확장시키면서 "환자의 건강을 해치는 악법이 됐다"고 평했다.
"제정안이 의료기관 안에서는 의사의 진료를 보조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역사회로 간호 업무를 확장시키면서는 지도감독 규정이 불분명해 졌습니다. 노인들이 다양한 질병을 가지고 있고, 많은 약제를 복용하는데 간호사가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의협측은 "해외에도 간호사법이 존재하지만 해당 법은 직군이 아니라 환자 중심이고 환자를 어떻게 간호할 지 규정하는 내용"이라며 "현 제정안은 의사의 지도 감독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지역사회에서 의료진 역할을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뿐 아니라 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 등 다른 의료직군들도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간호법 저지를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체계 혼란은 물론 타 직군의 업무를 침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근무가 가능하지만, 간호법에서는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 근무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의료연대측 관계자는 "간호사는 의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를 받으라고 하는 아전인수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대한방사선협회 등 13개 의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13일 "간호법은 간호사들이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도록 허용하고, 간호조무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연대 파업도 고려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지역 의사회에서도 간호법 철회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의료단체의 총파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편 보건 의료 단체들은 오는 26일 10만명 총궐기 이후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