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민생 안정'을 강조하며 "도로, 철도, 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난방비 폭탄' 원성과 관련해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2분기로 미뤘던 가스요금 인상과 1분기에 이은 2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 폭은 애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한전과 가스공사 누적 적자 및 미수금을 2026년까지 해소하기 위한 단계적 요금 현실화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 주요 내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민들 아우성에도 정부는 "전기·가스료를 제때 올리지 않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전 정부 탓'을 방패막이로 상당 폭 인상을 밀어붙일 태세였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급제동이 걸렸다.
'물가'에서 '경기'로, 정부의 정책 전환 기대감도 사그라들게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 포럼'에서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고물가가 잡히면 긴축을 풀고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지만,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공공요금 동결 기조 운영' 등을 강조한 대통령 지침에 물가에서 경기로 정책 전환은 언감생심이고 정부는 정책 초점을,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물가에 맞춰야 할 판이다.
추경호 부총리도 비상경제민생회의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6일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연설에서는 "민생 안정 첫걸음이 물가 안정이고, 물가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불안하면 취약계층이 무너지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정책 등과 관련해 '대기업 퍼주기'라는 비판에 아랑곳 않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민간 자율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앞장서 흔드는 모습이다.
은행들의 이른바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은 '은행은 공공재' 주장이 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윤 대통령은 '공공성 압박' 범위를 통신업계까지 넓혔다.
이번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발표된 그나마 구체적인 대책은 정부가 마련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대통령과 정부 압박에 은행과 이통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은 것들이다.
은행권의 취약 차주 지원과 서민금융 공급 확대 등 10조 원 프로젝트, 이통 3사의 30GB 무료 데이터 지급 등이다.
기존에 제시된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는 윤 대통령의 '만기친람' 행보는 최근 하락세가 뚜렷한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생 안정을 내세운 윤 대통령의 '은행·통신사 때리기' 등이 기대한 대로 국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