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페이즈 5의 시작을 연 건 가장 작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큰 히어로 앤트맨이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와 달리 사람들이 다른 히어로와 착각하기도 하지만 든든하게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축을 책임졌던 앤트맨은 페이즈 5의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향후 페이즈를 책임질 끝판왕 빌런 캉을 소개한다. 그것도 사랑스러운 '피넛' 캐시와 함께 말이다.
슈퍼히어로 파트너인 스캇 랭(폴 러드)과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 호프의 부모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과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그리고 스캇의 딸 캐시 랭(캐서린 뉴튼)까지 '앤트맨 패밀리'가 결국 미지의 양자 영역 세계 속에 빠져버린다.
앤트맨 패밀리는 그곳에서 새로운 존재들과 무한한 우주를 다스리는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저스)을 만나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모든 것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페이튼 리드 감독은 이번 작품을 두고 "대서사적 경험을 보여줄 작품"이라고 표현했는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감독의 공언처럼 '양자 영역'을 무대로 보다 확장된 세계관과 깊어진 가족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앤트맨 패밀리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서는 이 모든 것이 보다 명확해지고 더욱 깊어진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이전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양자 영역'이라는 작지만 무한한, 동시에 미지의 세계라는 확장된 무대다.
영화 시작부터 스캇과 가족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작고 작은 세계 안에 담긴 거대한 또 다른 우주인 양자 영역으로 넘어간다. "지금까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리차드 파인만의 말처럼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감독은 온갖 상상력과 색채를 총동원해 본 듯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만들었다.
이처럼 그동안 MCU의 영화와 시리즈에서 보아왔던 '멀티버스'와 향후 마블 히어로들에게 멀티버스 사가의 빌런 정복자 캉이 소개되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앤트맨처럼 작으면서도 큰 우주를 동시에 품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마블이 나아갈 세계관이 얼마나 거대한지 그 시작점을 알린다.
최종 빌런인 정복자 캉의 등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는 침략과 투쟁의 역사도 그려진다. 양자 영역마저도 정복한 캉과 그의 폭력적인 지배 아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양자 영역의 존재들은 목숨의 위협 속에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낸다.
정복과 침략의 역사에서 늘 보아왔듯이 이들은 스캇과 캐시를 통해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앤트맨이라는 히어로를 있게 만든 연대의 힘, 혁명에 참여한 모든 평범한 사람의 영웅적인 면모야말로 '앤트맨'다운 이야기다. 실제로 행크의 귀여운 개미 군단의 활약은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같이 세상에서 가장 작아졌다가 또 커지기도 하는 히어로인 앤트맨은 앞서 말했듯이 MCU 안에서도 평범한 히어로 중 하나다. '앤트맨'이라는 이름처럼 작지만 큰 힘을 내는 히어로인 스캇 랭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랑하는 딸, 사랑하는 '피넛' 캐시다.
아이언맨처럼 엄청난 지능과 부를 지니지도 않았고, 토르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나지도 않았다. 배스킨라빈스에서도 쫓겨난 스캇 랭은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에게 가까운 히어로다. 스캇과 사랑하는 캐시를 비롯한 호프, 제인, 행크는 개미처럼 무리를 이룰 때 비로소 거대한 힘을 드러낸다.
늘 그랬지만 이번 영화는 스캇과 캐시의 유대와 사랑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또 더욱 깊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흩어져 있던, 온전한 속내를 내보이지 않으며 거리감을 뒀던 앤트맨 가족이 완전체로 성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가족애와 성장이 주요한 이야기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양자 영역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복자 캉과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전작들보다는 무겁고 어두워졌지만, 특유의 유머를 적당히 가져오며 '앤트맨'만의 색깔을 살렸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캐릭터 간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의 급작스러움 등은 단점으로 작용하며 몰입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피넛'으로도 익숙한 캐시의 사랑스러움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리고 보고 나면 '앤트맨' 세계의 원동력이기도 한 캐시를 보면서 스캇처럼 외치고 싶다. "사랑해, 피넛."
124분 상영, 2월 15일 개봉, 쿠키 2개 있음, 12세 관람가.